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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산의 동화 일러스트

조용한ㅁ 2017. 12. 12. 10:36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으면서도,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멋진 기회를 마련해주곤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잠산(본명:강산)' 역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주어진 작업만 하는 것이 싫어 틈틈이 개인 작업물들을 만들었고, 마침내 세상은 그에게 행운의 미소를 보내왔다.
홈페이지에 올린 그의 몽환적이면서도 동화적인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그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컨셉 일러스트 분야에서 '잠산' 이라는 그의 애칭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말처럼 '잠산' 의 그림은 잘 빠진 인체를 표현했거나 멋진 CG실력을 두루 갖추진 않았지만,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을 주면서도 독특한 세계관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잘 그린 한 장의 그림이기 보다는 스토리와 느낌이 있는 그림으로 기억 되고자 하는 '잠산 월드'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happy@yoondesign.co.kr)


잠산은 프리랜서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일들만을 급급하게 맞춰 나가는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생활에 젖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가 쉰이 지나고 예순이 넘어도 후회하지 않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처음엔 그저 막연이 지금 느끼는 이 감성, 이 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점차 한 장의 그림이 아닌, 그의 세계관이 깃든 캐릭터물로 윤곽을 다져갔고, 그 그림은 눈을 지긋이 감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늪거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잠 속에 깊이 빠져든 늪거인의 모습은, 세상 속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재의 모든 일들을 알아버린 듯한 도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산은 늪거인의 잔잔한 미소를 바라보며, 뛸 듯이 기뻤단다. 이 표정을 짓는 늪거인이라면 나이가 들어도 후회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만화와 같이 자유로운 그림이 아닌 입시미술이라는 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형편이 어려워 화실에 다니지 못하니, 그림을 무척 좋아는 했지만 남들보다 미술적인 테크닉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고교시절을 보내고, 공주대 만화학과을 졸업하고 그는 또 한번의 고비를 맞았다.
그당시 유행하던 학원물 같은 것을 그리기에 그의 그림은 어둡고 칙칙해 적합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내 그림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에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고민을 떠안고 혼자 지내던 차에, 그는 아는 형이 페인터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컴퓨터 작업의 시작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자신을 어린이용 동화 일러스트 작가라고 부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차라리 그를 컨셉 디자이너라고 불러달란다. 강산이라는 사람은 각각의 작품 컨셉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잠산이 가지고 있는 그림의 색이 일러스트라는 장르와 호흡이 맞을 뿐이다.
컨셉 디자이너 잠산은 스스로 영역을 구분 짓기보다는 일러스트, 만화, 동화, 애니메이션 등의 장르 구분 없이 그림과 관련되는 모든 일들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양한 컨셉에 맞춰 그만의 색을 듬뿍 얹어 표현해 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Jungle :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의 일러스트로 사람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의 색깔은 무엇인가?
방학을 이용해 막노동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이런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힘이 들고, 생활비가 없어 굶어 죽을지언정 그림쪽으로 일을 찾고 길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나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색을 가지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그 느낌들을 보다 능숙하게 그림에 표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남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성을 나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를 뿐이다.
그런 나의 그림들이 다른 사람과 달리 조금은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으로 표현이 되었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 가진 색이 아닐까 생각한다.


Jungle : 모든 그림들이 판타지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착각에 드는데, 실제로 판타지물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판타지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가지고 있는 자료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심도 있게 책을 읽고 구상하기 보다는, 조용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항상 똑같은 테크닉으로 일반 대중을 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정밀묘사만 잘해도 인정을 받았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개성이 강한 1인 작가가 상품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나만의 색을 가지고, 내가 어떤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의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 나의 모습, 앞으로 펼쳐질 미래들을 생각하면서 나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 역시 유달리 나의 작업에 애착이 크기 때문에 정체되어 있지 않도록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Jungle : 보통 작업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고민을 하고 구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면 끝이 난다. 수염을 표현하거나 배경을 그리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지 알지만, 느낌에 따라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은 소요되지 않는다.
깔끔하게 선을 긋기보다는 붓 터치가 살아있는 자연스러운 그림들을 좋아하고, 실제로 그런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들로 정형화된 그림들보다는 자연물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Jungle : '잠산' 이란 애칭의 의미는?
내가 잠을 많이 자는 것을 눈 여겨 본 후배가 내 별명을 '잠산'으로 지어주었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잠으로 푸는 편이다. 취미생활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작업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고 상상을 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맨 처음 '잠산'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지만, 요즈음에는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모여 사는 곳을 '잠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실과 잠의 중간 세계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좋은 표현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산월드'에는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수많은 신비로운 동물들과 환상적인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

Jungle :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했던 내가 컴퓨터를 배우게 된 것은 무엇보다 머리속의 다양한 생각과 상상을 빠른 시간 안에 눈에보이는 이미지화 시킬수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컴퓨터가 페인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컴퓨터 작업이 기계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면 나는 페인터를 이용하여, 손 맛 나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툴을 배우기 전에는 컴퓨터에 정이 가지도 않고, 배우는 것은 더더욱 싫었는데, 페인터를 보고 난 후에 너무도 그림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어, 혼자서 일일이 눌러가며 독학을 했다.
내가 당장 종이가 없거나, 작업공간이 없거나, 또는 재료가 없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큰 매력이 있었다. 이처럼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자연스러움을 느끼도록 노력을 하고,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

Jungle : 그림쟁이로 살아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얼마 전, 메일을 하나 받았다. 시간도 없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인생을 길게 보라고 조언을 했다.
자신의 신념만 확실히 한다면,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다들 눈에 보이는 빠른 성공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내가 그림 그리는 이유는 삶의 의미를 찾고싶고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지, 결코 남보다 잘나기 위해서 시작했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의 젊은 인기작가들보다 시작이 늦었다고 초조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차피 그림은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이 길로 들어온 것이다. 인생은 끝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몇 년 잘 나간다고 그게 무슨 의미 있겠는가, 좋아하는 그림을 끝까지 그리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인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자신의 생각대로 그림을 조금씩 완성해 가다 보면, 세월이 가져다 준 원숙미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닉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나 또한 젊은 사람들보다 툴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과 견주어 아이디어,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니 결코 뒤지고 싶지 않다가 솔직한 말 대답일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작업에 대한 확신이 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되고자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나만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작품 컨셉이 전세계 어떤 사람에게도 호감을 줄 수 있는 무국적이 목표였다면, 앞으로의 작업물들은 한국적인 감성과 소재를 살린 판타지작업들을 하고 싶다.
한국적인 감성을 구현하고 가지고 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구상 중이고, 그것이 앞으로 하고 싶은 나의 새로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