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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을!]-(5) 서울 수도원 IV-노르베르트 베버 아빠스

조용한ㅁ 2017. 11. 14. 21:29
한국문화, 사진과 영화로 유럽에 알려



▲ 베버 총아빠스는 1925년 5월 방한, 원산대목구장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아빠스에게 간도 지역 견진성사권을 받고 북간도를 방문했다. 사진은 마루에 걸터 앉은 베버 총아빠스가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에 무릎을 꿇고 있는 어린 소년에게 찰고(擦考, 교리문답)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곁에는 한 수도자가 주름식 카메라를 들고 있고, 그 아래엔 아기를 품에 안은 소녀가 앉아 있다.

1911년 2월 방한한 베버 총아빠스는 서울 수도원 선교사업을 시찰하면서도 지방을 두루 다니며 조선 문화와 전통을 살폈다. 사진은 나귀를 타고 지방 여행을 떠나는 베버 총아빠스로, 선교사들과 갓을 쓴 한복 차림 노인과 등짐을 진 한국 신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베버(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총아빠스가 1911년 방한, 서울 성 베네딕도수도원 공동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데폰스 플뢰칭거 수사, 요셉 그라하머 수사, 마르코 메츠거 수사, 파스칼 팡가우어 수사, 힐라리우스 호이스 수사, 베드로 게르네르트 수사, 골룸바노 바우어 수사, 베드로 가니시오 퀴겔겐 신부, 갈리스도 히머 신부, 가시아노 니바우어 신부, 베버 총아빠스, 보니파시오 사우어 원장신부, 안드레아 엑카르트 신부.

▲ 1925년 연길을 찾은 베버(앞줄 가운데 왼쪽) 총아빠스가 연길본당 주임이자 북간도 선교 책임을 맡고 있던 테오도르 브레허 신부, 중국인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1925년 서울 성 베네딕도수도원 원산분원(원산대목구 원산본당)을 방문한 베버(오른쪽) 총아빠스가 선교사들과 함께 장죽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뱃대에는 설대가 긴 장죽(長竹)과 설대가 없거나 짧은 곰방대가 있는데, 선교사들이 장죽에 담배를 재워 넣은 뒤 불을 붙여 흡연을 하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 베버 총아빠스가 한국에 머물던 1911년 4월 8일 대구대목구가 설정되고 초대 대구대목구장에 드망즈(안세화, 1875~1938) 주교가 임명된다. 사진은 베버(뒷줄 가운데) 총아빠스가 그해 6월 11일 경성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착좌식을 마치고 드망즈(앞줄 왼쪽) 주교, 경성대목구장 뮈텔(앞줄 오른쪽) 주교 등 착좌식에 참석한 주교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에 파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는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총아빠스다.

 1895년 7월 독일 아욱스부르크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 입회,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연합회 초대 수석 아빠스를 지낸 베버 총아빠스는 한국에 수도자를 파견한 데 이어 두 차례 한국에 다녀갔다. 1차 방문은 1911년 2월부터 4개월간, 2차 방문은 1925년 5월부터 4개월 보름 가량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방한이었지만, 베버 총아빠스는 우리나라에 귀한 유산을 남겼다.

 첫 방한 때는 상트 루드비히수도원 폴겔 원장과 함께 방한, 서울 백동수도원을 비롯해 명동대성당, 용산 예수성심신학교, 하우현(현 의왕시 청계동), 수원, 안성, 공주, 해주, 신천, 평양 등 유서 깊은 교우촌과 명소를 두루 다니며 한국 전통 문화와 풍습에 심취했다. 유명 사찰이나 관혼상제 예식이 거행되는 곳에 자주 찾아가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뿐 아니라 사진과 그림을 남겼다.

 이 견문을 토대로 1915년판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Im Lande der Morgenstille)」가 간행됐다. 이 책은 450여 쪽에 걸쳐 한국의 풍속과 민속, 민간 신앙, 한국에서의 베네딕도회 선교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흑백ㆍ컬러 사진 290여 장을 수록해 1910년대 한국천주교회 상황과 한국에 대한 객관적 정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유럽에 알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두 번째 방한에선 한국을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영사기를 준비하고 촬영기사까지 함께했다. 당시 성 베네딕도회가 관할하던 선교지 함경도와 북간도, 금강산 등지를 두루 다니며, 1920년대 한국 북부지역 문화와 산하, 베네딕도회 전교활동상을 영상에 담았고, 전장 4만9212피트에 달하는 필름을 토대로 기록영화를 제작했다. 아울러 한국 불교와 예술을 소개한 「금강산에서(In den Diaman tenbergen Koreas)」를 저술해 1927년에 간행했다.

 특히 두 번째 방한에서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유산을 남겼다. '진경 산수의 거장' 겸재(謙齋) 정선(1676~1759) 화첩 21폭이다. 베버 총아빠스가 국내에서 구입해 독일로 가져간 이 화첩은 80년 만인 2005년 10월 22일 영구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반환돼 국보급 해외 반출 문화재 반환 선례를 남겼다.

 이 그림은 오는 9월 25일 성 베네딕도회 한국 파견 100주년 기념미사 봉헌을 전후해 공개될 예정이다. '나라 잃은' 겨레의 소중한 유산을 적잖은 금액을 주고 사들여 소장한 베버 아빠스나 이를 귀하게 보존하다가 80년 만에 돌려준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한국인에게 보내는 뜨거운 사랑의 징표다.

 독일로 돌아간 베버 총아빠스는 1931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파견돼 25년간 스와힐리족을 대상으로 사목하다가 1956년 4월 3일 심장 질환으로 숨을 거뒀으며 송게아 페라미호수도원 묘역에 안장됐다. 그 뒤 베네딕도회는 그의 공로를 기려 페라미호 수도원 성당에 그를 기념하는 조각을 남겼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전대식 기자 jfaco@
사진 제공=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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