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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윤 희숙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윤희숙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그것이
인정사정 없이 꼬박꼬박
일수돈 챙기듯이
내 나이를 챙기더니
이제 헤아려보기도 징한 년수가 되고 말았다.
내 귀 밑에 흰 머리카락이야 돋았거나 말았거나
사랑하던 이들이 나를 버리고 뒤도 안보고 가버렸거나 말았거나
그래서 내 마음이야 오래도록 아프거나 말거나
개나리는 피고 지고
산천에 흰눈도 쌓였다가 녹고
강물은 일도 없이 잘도 흘렀다.
들판의 아찔한 풀 향기에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기쁘게 노래하고 꽃망울 터지듯 쑥쑥 자랐다.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라나는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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