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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압록강에서/이 형권

 
압록강에서
 
압록강에서 
돌아와 묻노니 
그대는 지금 어느 구비를 
흘러가고 있느냐. 
그대에게 전해줄 안부도 없이 
울어 줄  마음 한 자락도 없이 
황망한 가슴 홀로 와 앉았으니 
그대는 지금 어느 구비에서 
눈물짓고 있는 것이냐. 
바라보면 세월 저편 
강촌에는 달맞이꽃이 피고 
그대가 부르던 노래 
저녁연기처럼 피어나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슬픔은 유리알처럼 투명해지겠는가. 
낡은 비문에 새긴 흔적을 따라
바람은 제국의 골짜기를 흐른다지만
무덤 속의 벽화처럼 흐릿해진 날들
애처러운 노을 속에
저무는 산하를 건너다 볼뿐 
강물도 돌멩이처럼 말을 잊었구나. 
헛되고 헛되도다 옛터의 세월이여 
꿈같은 시절도 돌 위에 새긴 영광도 
세월이 지나면 물거품인 것을 
무너진 성터 옥수수밭 고랑에 서서
한숨뿐인 저녁별 하나
쏟아지는 어둠 속에 자맥질 한다.
2007년 8월   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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