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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사월의 여자는

 

여자는... 가끔 마음 속 우물에 빠질 때가 있어. 사월의 유혹, 봄빛이 부르거나 아니면, 투명한 슬픔의 바람이 손짓하면... 마음 속에 떨어진 꽃잎 한 장 조그맣게 파문을 일으킬 때, 그 꽃잎 주으러 봄 속으로 길을 나서다 길을 잃고 우물에 빠지기도 해... 그 우물 속에서... 여자는, 감추고 싶지 않은 상처로 인한 풍경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지... 그리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에 젖기도 해... 때로는 죽은 듯이 누워서 서럽고 나른한 오랜 전설 같은 노래를 듣거나... 아니면, 말간 표정으로 슬픔을 들여다보다, 비애와 허무가 뒤엉킨 문에 기대서거나... 함부로 감정을 허물지 않으려고 단정한 오기를 부릴 때도 있어... 그러다... 지쳐 또다시 쓰러지면, 이제는 슬픔이 되어버린 둘 사이에 비밀히 가지고 있던 풀꽃 같은 상큼한 기억들을 손 끝으로 만지작거리다... 아릿아릿한 슬픔과 당돌한 장난기가 담겨 있던 그 눈빛을 기억하며... 격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약간의 쓸쓸함과 약간의 그리움과 약간의 허전함을 안고 꿈처럼 걸어서 우물 밖으로 나가...

 

                                                                                          -연인/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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