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미술관 ‘근대 유럽’ 열풍 [중앙일보]
모딜리아니, 반 고흐, 칸딘스키 등 대형 기획전 몰려
어깨를 드러낸 여인이 수줍은 듯 긴 목을 갸우뚱하고 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가 폐결핵으로 죽기 1년 전에 그린 마지막 연인 잔느의 초상화다. 여인의 누드를 많이 남긴 모딜리아니는 유독 잔느의 누드는 그리지 않았다. 우수 가득한 모딜리아니의 여인 초상과 달리 이 그림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랑이다. 이 사랑은 극단적 결말로 더욱 유명하다. 잔느는 모딜리아니가 숨진 이틀 뒤 임신 8개월 상태로 5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연인의 뒤를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 고양시 아람미술관은 27일부터 여는 ‘열정, 천재를 그리다’전에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잔느의 얼굴을 비롯한 모딜리아니의 유화와 드로잉 45점, 역시 화가였던 잔느의 작품 65점, 둘의 공동 드로잉 1점, 잔느의 머리카락과 모딜리아니의 편지 등 유품 40여점이 나온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다. 031-960-0180. 내년 3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도 화제다. 그간 인상파전, 서양 근대 거장전 등에 감초처럼 끼여 소개됐고, 그만큼 널리 사랑받는 작가가 반 고흐(1853∼1890)다. 이번 전시는 199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반 고흐 100주기 기념전 이후 최대 규모다.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뮐러 미술관 소장품 총 67점이 서울로 공수됐다. 시기별 대표작들이 빠지지 않았다. 전도사에서 화가로, 진로를 바꿔 그림에 입문하던 네덜란드 시기엔 가난한 농촌의 생활상을 담은 ‘감자 먹는 사람들’(!885), 프랑스로 옮기면서 밝은 색채에 빠진 파리 시기엔 노란 모자 아래 강한 눈매를 드러낸 ‘자화상’(1887)이 나왔다. 말년의 오베르에서 그린 ‘붓꽃’(1890)은 반 고흐 미술관이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에 반출한 작품이다. 전시작품의 총 보험평가액이 1조4000억원이다. 1577-2933. 한 작가의 일생을 파고드는 위의 두 전시와 달리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은 러시아의 19세기 리얼리즘부터 20세기 아방가르드까지 흐름을 보여준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러시아 대표 미술관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러시아 미술관과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품 91점이 왔다. 95년 일리야 레핀전 이후 서울서 12년 만에 마련된 대형 러시아 미술전이다.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1884) 등 리얼리즘의 대작들을 지나 말레비치의 ‘절대주의’를 거치면 추상미술의 선구자 칸딘스키의 작품 네 점을 따로 모아둔 방에 도달한다. 내년 2월 27일까지다. 02-525-3321. 권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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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05:16 입력 / 2007.12.08 06:5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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