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배 은미

조용한ㅁ 2008. 1. 7. 01:28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하도 서러워 
꼬박 며칠 밤을 
가슴 쓸어 내리며 울어야 했을 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살고 싶었을 때 
어디로든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 
짚시처럼 
허공에 발을 내딛은 지난 몇달 동안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사람이 없었으며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해 줄 사람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필요한 누군가가 나의 사랑이어야 했다 
그립다는 것이 
그래서 아프다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부터 알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 모질게 내 뱉은 말조차 이제는 자신이 없다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 
그나마 사랑했기에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마저 없었을 땐 
숨을 쉬는 고통조차 내 것이 아닌 
빈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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