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빈 의자/문 태준

조용한ㅁ 2008. 1. 10. 11:28
빈의자 / 문태준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좇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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