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나비는 청산 가네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섰네
산(山)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하늘에 떠 있는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이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다네
산은 말이 없네 산은 지금까지 내게 한마디 말이 없었네.
그대 생의 솔숲에서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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