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에 대하여 | ||
꽃이 진다
꽃이 진다 물로, 흙으로, 바람으로,
저리도 허망이 지고 마는가 어느 구석진 자리 뻗어난 가녀린 가지 이름 모를 새
저렇게 울고 있네. 목숨이 순간을 사위어 가듯 소나무 숲 속 붉은 황토 흙
육신을 누이고
이름 모를 새들은 저렇게 울어쌓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허망한 것 다 버리고
이제 비록 늦은 시각 속고 속히는 세상 미련 없이 버리고 한 송이 지는 꽃,
나는 간다. 지난겨울 그 추위도 잊은 듯 무성한 신록의 5월은 싱그럽다.
며칠 전에는 문학기행 행사를 따라 벚꽃이 져버린 진해를, 토지 문학 촌 하동을, 김동리 등신불의 산실인 다솔사를 다녀왔다. 그 꽃구름 황홀한 나부낌 먼저 피던 꽃들은 이제 자취도 없다. 꽃들은 잠시잠깐 허망한 세상을 둘러보고 흔적 없이 져버렸다.
못 가본 저승 소식도 봉인해 와서 한꺼번에 아우성처럼 흩날려 봄소식을 알려 주더니 그 꽃들은 스스로에게 무릎을 꿇고 슬픈
무게를 견디면서 피었다 진다. 속고 속히는 세상 미련 없이
버리고 한 무리 피었다 지는 꽃, 이승의 슬픈 날개 짓이다.
그 많은 궁궐은 지고 찬란한 계절, 세상은 참 쓸쓸하다.
허윤정(시인∙시지 맥동인지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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