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도 바람이고 싶다/여행2

가거도

조용한ㅁ 2008. 7. 12. 18:03
스크랩] 국토의 최서남단에 있는 아름다운 섬 (국토의 최서남단에 있는 아름다운 섬)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1구인 대리 마을
ⓒ 서종규
가거도

 

얼마 전 KBS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인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거도' 편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거도가 전국적으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그 전에도 조태일 시인이 노래한 '국토'의 중요한 소재가 이 '가거도'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환상의 섬으로 알려지기도 했구요.

 

이 섬은 쾌속선으로 가도 5시간 정도 걸리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섬입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 직선으로 145km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배를 타고 가면 흑산도와 홍도를 거치기 때문에 233km 정도입니다. 서쪽으로 계속 435km 정도 가면 중국 상해가 나온다고 하는데요. 면적은 9.18㎢, 해안선 길이는 22km로 홍도의 3배 정도의 섬이라고 합니다.  

 

5월 10일(토) 새벽 6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41명은 가거도 독실산 산행을 위하여 광주에서 출발하였습니다. 7시 40분 정도에 목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은 연휴를 맞아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가거도행 배는 정원이 약 400명 정도 되는 쾌속선이었습니다. 5시간을 예정으로 달리는 쾌속선이기 때문에 안전을 고려하여 배 위로 올라가거나 난간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모두 들뜬 마음으로 배안에서 왁자지껄 떠듭니다. 

 

다행히 배가 흑산도에 멈추었고 홍도를 경유하지 않고 상태도를 거쳐 가거도로 향했습니다. 그만큼 배를 타는 시간이 단축된 것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날씨인데도 흑산도를 지나 큰 바다에 이르자 밀려오는 파도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멀미에 대비를 하였지만 그래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들었습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부두
ⓒ 서종규
가거도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 서종규
가거도

 

낮 12시, 드디어 가거도에 도착했습니다. 가거도는 푸른 바다와 하늘 사이에 거대한 배처럼 둥둥 떠 있습니다. 5월의 푸름이 가득한 산의 나무들은 찬란한 빛을 반사시키며 우리들을 맞고 있습니다. 방파제 안에 있는 잔잔하고 푸른 바닷물이 벌써 몸과 마음을 씻어내기 시작합니다.

 

산에는 거리나무, 천리향 등이 빽빽이 우거져 있지만, 대부분 후박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후박나무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하는데요. 전국 생산량의 70%가 가거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가거도'의 다른 명칭인 '소흑산도'란 이름은 일제강점기 때의 명칭이며, 옛날에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가가도'(嘉佳島, 可佳島)로 불리다가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의 '可居島'로 불리게 된 것은 1896년부터랍니다. 

 

마을은 1구 대리, 2구 항리, 3구 대풍리 등 3개의 자연부락으로 되어 있는데 인구는 약 400여명이고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답니다. 그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구 대리에 모여 살고 있고, 어업을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아 살고 있는데 그 중에는 민박집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독실산 찾아
ⓒ 서종규
가거도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 서종규
가거도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독실산 능선
ⓒ 서종규
가거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독실산(639m) 산행에 나섰습니다. 산행을 하려면 대리마을에 있는 초등학교 옆에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 쭉 독실산 정상까지 가는 게 좋습니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너무 좋기 때문에 별로 어려움이 없이 갈 수 있는 길입니다. 가다가 보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 놓은 일본군 진지도 볼 수 있습니다.

 

한데 우리들은 독실산 정상까지 포장되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산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였던 것입니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시멘트 포장도로였습니다. 날씨는 쨍쨍한 하늘에서 내리 쬐는 햇살에 땀이 솟아나와 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눈에 들어오는 바다가 너무나 푸릅니다. 많은 바다를 보았지만, 가거도의 쪽빛 바다의 모습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푸르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포장도로 옆으로 우거져 있는 후박나무들도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줍니다. 간혹 보리수나무의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어서 그 열매 몇 개 따서 입에 넣어 보기도 합니다. 

 

3시,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독실산에 올랐습니다. 독실산을 중심으로 서남쪽으로 뻗어있는 가거도의 능선이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과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능선이 말잔등 같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습니다. '항상 구름을 머금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독실산이 우리들에게는 구름 한 점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길쭉한 해안선과 가파른 해안절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물은 산 정상에서 그대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까지 일게 합니다. 푸르게 출렁이는 잎들 위로 눈썰매 타듯 미끄러져 바다까지 풍덩하고 뛰어 들고 싶습니다.

 

정상 '하늘 별장'이라는 경찰 상황실 건물 위에는 주변의 바다 상황을 확인하는 레이더기지가 있습니다. 위병소에서부터 몇 명의 해경들이 안내를 해 줍니다. 정상에 있는 독실산 표지석이 세워진 바위는 조금 좁아서 단체사진을 찍기에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독실산 찾아
ⓒ 서종규
가거도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항리
ⓒ 서종규
가거도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일제강점기의 일본군 진지'
ⓒ 서종규
가거도

 

독실산에서 항리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갔습니다. 그 길은 후박나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후박나무 사이를 지나갑니다. 시멘트 포장도로의 팍팍함을 단숨에 씻어주는 후박나무 숲길 하산입니다.

 

숲길에서 각종 산나물들이 눈에 띕니다. 그 중에서도 곰취의 모습이 가장 반갑습니다. 잎이 곰의 발바닥 같이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달래도 눈에 띄고, 머위도 자라고 있습니다. 가끔은 지나가는 발길에 더덕 냄새가 진하게 퍼지기도 합니다.

 

4시 30분, 항리에 도착했습니다. 항리 주변의 바위에 부딪치는 흰 파도는 푸른 바다에 대비되어 더욱 하얗습니다.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바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리에는 바람이 조금 더 거세다고 합니다.

 

<극락도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를 찍은 몇 채의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 집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살지 않아 폐가로 남아 있었고, 영화를 찍은 흔적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찍은 흔적도 없습니다. 

 

2구인 항리에는 민박집 2곳을 제외하고 집들이 대부분 비어 있습니다. 마당에 염소 똥이 흩어져 있는 집도 있고, 풀만 무성한 집도 있습니다. 항리에 있는 초등학교도 폐교된 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항리초등학교 위에서 멀리 뻗어 있는 줄기는 문어의 발처럼 바다에 빠져 있습니다. 그 능선에는 푸른 풀들이 가득하여 초원을 이루고 있는데 그 아래 절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득하게 수직으로 꺾여 있습니다.

 

항리의 쓸쓸한 모습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포장도로를 타고 다시 대로로 향하였습니다. 지나가는 발걸음이 따갑기는 했지만 푸른 산과 바다 사이에 난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 서종규
가거도

 

11일(일) 오전 8시, 가거도를 일주하는 배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아가는 배에서 바라보는 가거도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섬 전체를 기암괴석이 받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배에서 내려다 본 바닷물은 너무나 맑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의 모습이 그리움을 더욱 자아내게 합니다. 선장은 맑은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구석구석의 바위들까지 설명해 줍니다.

 

배를 타고 일주를 하는 도중에 3구인 대풍리에 내렸습니다. 몇 채의 집들만 있는 곳인데 우리들이 집을 기웃거리자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곳에는 오직 바다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주 수입원은 미역을 채취하여 파는 것이고, 생필품 등 각종 생활용품들은 모두 1구인 대리에서 사다가 쓴답니다. 할머니께서 내 놓은 주스 한 병을 우리들은 감동스럽게 나누어 마셨습니다.

 

10시, 배를 타고 다시 돌아 대리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는 어제와 같이 너무 투명합니다. 파란 바닷물 하나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푸른 후박나무들이 우거짐까지…. 가거도는 우리들의 마음에 그대로 들어와 박혔습니다.

2008.05.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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