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눈을 열고 나면 산막집에 걸린 외로운 등불 하나도 헛것이 아니다 대인동 시장이나 자갈치 시장바닥 그 어디서나 무수히 만났던 순대집 욕지기 할머니 같은 개양할미가 그 당집엔 산다.
굽달린 나막신을 신고 딸각딸각 해안 절벽길을 걸으며 바다 수심을 재어보기도 하고, 낼은 비가 올테니 집에 자빠졌거라, 그 물나울을 세어보기도 하며 먼 바다 피난길 돛대 위에 부는 바람도 큰 부채 흔들어 밀어낸다 낼은 샛바람이야, 샛바람, 아항, 늙은 말 울음소리 낼 때도 있다. 고집불통으로 나 또한 할 일 없이 그 절벽 밑 낚시터에 나와 앉았으면 개수통에 구정물을 퍼다 버리듯 샛바람에 비를 몰아다 된창 물우박을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어느 날 밤은 모포 한 장에 살추위를 녹이려고 개양할미 집에 갔다. 할멈, 나 예서 하룻밤 유하고 갈테니 그리 알아. 아랫목을 파고 들었더니 야, 이 놈아 어디에나 살 섞고 피 섞고 빗장거리하러드누, 귓쌈을 패버린 덕에 정신이 번쩍 새로 들었다. 칠산 조기떼가 몰리고 위도 파시가 한장일 때는 치맛바람에 욕설도 한 사발씩 튀어 순대국도 잘 말았을 개양할미 오늘은 전주 남문시장에 나가 그 순대국에 욕이나 한바탕 먹고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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