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12월, 한해의 끝에서 / 안희선

조용한ㅁ 2008. 12. 4. 11:31

    12월, 한 해의 끝에서 / 안희선 세월에 내몰리 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보니, 횅하니 벽에 남은 달력 한 장이 외롭습니다 한 해의 끝에서 그 달력을 걷어낼 때마다,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듣습니다 감당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살 속 깊이 파고 듭니다 창 밖을 보니, 마지막 이파리를 벗고 겨울을 입은 나무들이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 같은 것이 잠시 눈동자에 어리다가 이내 흔들립니다 왠지 고독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향기가 되고 싶은 매혹적인 우울함이 텅 빈 몸에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낯설기만 합니다 지난 가을의 길목에서 돋아난 그리움이 한껏 부풀어, 낙엽도 아닌 것이 가슴 위에 아직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 겨울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렇게 저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럴땐, 정말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쓸쓸함을 배웠던 날처럼, 지워지는 한 해의 끝이 눈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헛헛함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날... 그리움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내 안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 비록, 낯선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빈 몸이더라도 이제사 겨울로 떠나는 나의 계절이 차갑지 않기 위해 작은 불씨 하나 그렇게 가슴에 지피렵니다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Richard Clayderman ♬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물어 그리워 지는 것들 이 기철  (0) 2008.12.05
아름다운 중년 - 오광수   (0) 2008.12.05
내가 첫눈을 기다리는 이유는... 김 경빈  (0) 2008.12.03
견디다/천 양희  (0) 2008.12.02
달빛인사/이 해인  (0) 2008.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