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경전 / 김해자 산모퉁이 하나 돌 때마다 앞에서 확 덮치거나 뒤에서 사정없이 밀쳐내는 것 살랑살랑 어루만지다 온몸 미친 듯 흔들어대다 벼랑 끝으로 확 밀어버리는 것 저 안을 수 없는 것 저 붙잡을 수도 가둘 수도 없는 것 어디서 언제 기다려야 할 지 기약할 수조차 없는 것 애비에미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광대무변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허공에 무덤을 파는, 영원히 펄럭거릴 것만 같은 무심한 도포자락 영겁을 탕진하고도 한 자도 쓰지 않은 길고긴 두루마리 몽땅 휩쓸고 지나가고도 흔적 없는 저 헛것 나는 늘 그의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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