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오랜 기다림/카암

조용한ㅁ 2008. 12. 28. 03:28

23:13
추천하기 | 스크랩하기(1)







오랜 기다림/카암



온다 소리없이

아주 살짝 다녀가도 좋아

간다 소리없이

아주 살짝 다녀가도 좋아

너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오고 가는 사이

지척이면서 기다림만 두루 밝아

가득 차면

넘칠 수밖에 없는 눈물처럼

번진 마스카라 살 속으로

다시 스며드는 흐느낌이며

들릴 듯 말듯 입술을 떠도는

흐린 날의 사소한 허밍까지

이 모든, 추억들

이 모든, 소리들

눈여겨 보아둬

귀 기울여 들어둬

그리하여 어느 날

아주 오래된 오늘

내가 불러도 들리지 않아

몇 번을 더 불러도 보이지 않아

너조차 나조차 울지 않도록

너와 나 사이 오고 감에

구겨지기 쉬운 흔적 하나 없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어느새 곁에 와 누운 이여

말없이 와서 말없이 가는 이여

오늘처럼 아주 살짝 다녀만 가도 좋아.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카암  (0) 2008.12.28
닿아서는 안 될 인연 / 카암  (0) 2008.12.28
당신의 날들도 그러하기를/카암  (0) 2008.12.28
숲속의 만남   (0) 2008.12.25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김현태  (0)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