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이정하

조용한ㅁ 2009. 2. 11. 20:15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였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이정하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세영(1942-)  (0) 2009.02.22
편지/백석  (0) 2009.02.22
떠나보낸 밤 / 杜宇 원영애  (0) 2009.02.08
너에게 쓴다  (0) 2009.02.06
황동규, 「쨍한 사랑 노래」  (0)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