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조용한ㅁ 2009. 4. 2. 00:44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황 경신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인생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여기에서 얻지 못한 것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여기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다.
      인생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아무리 나쁜일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흘러가는 일들이 있어서
      노력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피하려 한다고
      될 일이 안되지도 않는다
      세상 굴러가는 법칙이
      대체로 그렇다는 것을 알아두면
      살아가는 일이 다소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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