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거기서 울다 / 석여공
가끔씩
처마 밑 풍경을 떠나
전생의 바다를 헤어치듯
청동빛 지느러미 흐느적거리며
떠다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평생 눈 감고 잠들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떠한지
비늘갑옷을 입고 햇빛에 다비되는 것은 어떠한지
마른 지느러미 부서지도록 흔들며
하늘을 날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녹슨 비늘 촛농처럼 떨구며
어느 하늘에서 환속했는지 모르게
그렇게 하늘이 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울 것입니다
빛바랜 단청의 육송 서까래에서
만다라 피는
거기 목탁소리 맑고
환속한 새들 한 발톱 깃들지 않는
풍경 속 쨍그랑 소리일랑
그리울 것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소리로 우는 것은
하늘을 날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自畵像 / 장석남 (0) | 2009.04.13 |
---|---|
빈 가방 / 강연호 (0) | 2009.04.13 |
어쩌자는 것인가/석여공 (0) | 2009.04.12 |
별일 없지/김숙영 (0) | 2009.04.12 |
四月에 걸려온 전화 - 정일근 (0) | 2009.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