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像 / 장석남
무쇠같은 꿈을 단념시킬 수는 없어서
구멍난 속옷 하나 밖에 없는 커다란 여행 가방처럼
종자로 쓸 녹두 자루 하나밖에 아무 것도 없는 뒤주처럼
그믐 달빛만 잠깐 가슴에 걸렸다 빠져 나가는 동그란 문고리처럼
나는 공허한 장식을 안팎으로 빛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을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두 외롭다는 것을 알았어도
저 빈 잔디밭을 굴러가는 비닐봉지 같이
비닐봉지를 밀고 가는 바람같이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알았어도
다시 외로운,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 없이 흔들리는
외로운 삶
고드름처럼 외로운 삶
장석남 시인
인천 덕적도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1년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지성사
1995년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문학과지성사
1998 <젖은 눈>솔
2000년 산문집 <물의 정거장>이레
2001년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비
2005년<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문학과지성사
2008년 산문집<물 긷는 소리>해토
1992년 김수영문학상. 1999년 현대문학상 수상
현재 한양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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