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지/게시물

너무나 행복한 여백

조용한ㅁ 2009. 5. 20. 19:34

남편 왕소금이 시골로 모내기하러 갔습니다.

일년중, 이맘때는 모내기하러, 가을엔 추수하러 한번씩 고향에 갑니다.

내게는 귀중한 "혼자만의 시간"이 허락되는 며칠간이지요.

아침에 그가 등산화를 신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점심먹고 모내기 시작한다구요.

'엣시, 미리 연락을 해 주지....' 궁시렁거리며 속옷 몇벌 더 챙겨서 그는 당진, 그의 고향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그 귀한 시간에 뭐 했느냐구요?

아무것도 않했어요. 빈둥빈둥..... 화실에도 않갔어요. 컴퓨터에 늘어붙어 있다가 일어나 수박 조금 베어먹고.... 심심해서 스테이크 한조각 구워먹고....  머그잔에 커피 따라 마시면서....그러다가 낮잠도 한 30분 자보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어요.

한때는..

식구들 모두 외출하면, 청소하고 빨래하고.... "앞 뒤문 활짝 열어놓고 음악 볼륨 조금 높히고 앞산을 내어다보며 차를 마시는게" 소망인적도 있었어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가능하겠지... 아이들이 졸업하고 군대가면 그 땐 되겠지...그랬는데, 그런 시간은 좀처럼 와 주지 않았어요.

때 마추어 남편이 백작으로 군림하게 되었거든요.

그의 일정은 아침 10시 등산. 12시 하산. 점심식사 후엔 방콕. 입니다.

저는 저녘 밥을 예약해 놓고 화실로 가거나 외출을 하게 되지요. 그리곤 저녘식사 시간에 맞추어 귀가하구요.

하지만, 지금부턴 그림 그리다 말고 부랴부랴 퇴근하지 않아도 되구요, 밤새 불켜놓고 컴퓨터해도 되구요, 늦도록 친구 만나서 술마셔도 됩니다. 언제까지냐구요? 운 좋으면 토요일까지. ... 그것두 복이라고 내일 비라도 내리면, 그는 어김없이 집으로 옵니다.전에는 모내기 기간이 일주일쯤 걸렸는데, 이제 농기구가 발달해서 3,4일이면 몇만평 논에 모내기를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라면, 하루쯤 시골에 뭉기적거리며 고향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그럴텐데, 그이는 그러지 않아요. 집에 와야만 맘이 놓이는 타입이지요.

저는 여행이 끝나 집이 가까워지면, 너무 아쉬워서 또다른 어디로 가버리고 싶은데요.  제가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방랑벽이 엄청 심햇을것 같지요?.

그나저나 하루는 홀딱 까먹었으니, 내일은 뭘 할까요? 내일은 내일은 ....아무것도 작정하지 말고 마음 내키는대로 할겁니다. 종일 그림을 그리던가, 사우나에 가서 빈들빈들 딩굴던가......암으로 입원한 성당친구에게 고구마 구워 가지고 가서 오래 놀다올지도 모르겠어요.

제발 내일 비가 오지 말아야 하는데....

 우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근황 보고 끝. ㅎㅎㅎ

'전시. 공지 > 게시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 형근  (0) 2009.05.23
유배/조 용미  (0) 2009.05.20
우심  (0) 2009.05.20
[스크랩] 곰배령 야생화를 찾아서 (제70차 여행)  (0) 2009.05.13
생일, 그 두번째 날.  (0)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