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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곰배령 야생화를 찾아서 (제70차 여행)

조용한ㅁ 2009. 5. 13. 09:46
첫째날 (2009,05,04)
어둡고 적막한 밤
계곡에 흐드러지게 핀 팥배나무의 흰꽃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계곡 물소리가 어둠속으로 흐르며 나를 부르고 있다
같이 흐르자 
같이 흐르자고...
나는 따뜻한 차 한잔을 양손에 쥐고 
하염없이 하얀꽃을 바라보며 계곡 물소리에 취해있다
곰배령을 떠나기 앞서 모른척 했던 일상의 일,
어느쪽으로 가던 방향을 잡아야 하고 
일을 풀어가는 과정에 무리가 없어야 하기에
나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도심을 떠나 봄빛으로 예쁘기만한 계곡에 숨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봄밤의 우수에 젖어 있다
고고하게 흐르는 달빛,
보름을 앞두고 산위로 오르는 열나흘의 달빛은 
숨을 멈추게 하는 금빛을 띤 황홀한 달빛이었다
달빛도 흐르고 계곡의 물도 소리 죽여 흐르는데 
적막한 산속에, 
짝 찾는 새의 울움소리가 골짜기를,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흐르다 멈칫,
살랑거리는 바람에 하얀 팥배꽃이 사르르 흩날린다

떨어지는 꽃잎 하나 하나에 얼굴이 스치며 지나간다 길동무들의 모습이... 까르르 웃는 소리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타다닥 탁 탁... 붉게 타오르는 장작불 소리 그 위에 우리들의 노래가... 아!!! 그리운 시간들 아름다운 날들 나는 그 추억의 시간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인연이 닿지 않아 처음가는 곰배령길 화창한 봄날에 오랜만에 뵙는 미달님부부와 정다운 길벗들 용기를 내어 혼자서 처음 동행한다는 베로니카님의 엷은 미소는 이번 여행이 그 미소 만큼 잔잔하고 아름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카페처럼 꾸며진 좌석에 앉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들녘의 풀빛에, 아름다운 강가에 고운빛으로 치장한 산들이 내려 앉은 봄날의 정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다 내려선 곳, 언젠가 들기름에 구워지는 두부부침을 맛있게 먹었던곳, 오늘은 얼큰한 두부찌게로 나의 입맛을 돋는다 강원도 인제군 현리에서 쇠나드리와 진동리 설피밭을 지나 강선리 골짜기로 접어 드는 곰배령 가는길, 숲을 지나온 상큼한 바람이 코 끝을 스친다 바닷가에 내려 서면 바다의 생명체들이 뿜어 내는 갯내음이 있다면 봄의 숲은 싱싱한 나무들이 뿜어 내는 생명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청량감이 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오르막길이 별로 없는 오솔길로 이어지는 길, 하늘을 쳐다보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잎새가 뒤척이며 뿜어 내는 연둣빛 광채가 전율을 토해 내는 감탄사로 터져 나온다 어느 보석의 빛깔이 이보다 더 예쁠 수 있을까

숲이 호흡하는 숨소리가 실내악이 되어 은은히 들려 온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조명되어 쏟아지고 새들이 노래한다 계곡의 물소리가 화음이 되고 숲이 호흡하는 소리를 바람이 실어 나른다

보이기 시작하는 보랏빛 얼레지와 청색의 현호색,앙증스러운 별꽃, 홀아비 바람꽃 고개를 숙이고 들여 다 보며 앵글을 맞추어 본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담그니 얼음물 같은 짜릿함이 온 몸을 감아 돌고 길동무가 건네주는 과일을 먹으며 담소와 함께 담갔다 뺏다를 반복하며 즐기는 시간 숲길로 다시 들어 선 순간 피로가 가시며 발걸음은 가벼워 졌다

우리가 오기를 기다려 준 산속의 정원, 천상의 화원이란 극찬을 듣기에 손상이 없는 그곳,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에 빛나던 그 화원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황홀함에 놀래서 멈추어선 발걸음, 햇살 머금은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앵글을 맞추어 보았지만 내 눈속으로 들어 오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아름다운 꽃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정상에 올랐을때 선두 그룹의 작은 파티는 끝나가고 있었고 무심히 내 시선 속으로 들어 오는 산 자락들... 저 멀리 백두대간의 아련한 곡선이 보이고 파란하늘엔 예쁜 뭉게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꽃들에 취했던 탓일까 순식간에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 오며 많이 내려 온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도 승용차도 올라가지 못한다는 연가리 맑음터로 올라가는 어두운 길을 달빛이 따라 오고 있었다 은은한 빛을 띠며 우리들의 발걸음을 지켜주며...

숲도 어둠속에 잠이 들었고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짝 찾는 새의 울음소리가 내 마음을 그리움의 나락으로 내려 놓는다 랄라의 손끝에서 애잔한 클래식 기타의 선율이 울려 퍼지고 사진을 몇장 찍던 나는 조금 떨어진 흔들 의자에 몸을 묻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애잔한 그리움이 온 몸을 감싸며 왠지 모를 서러움으로 밀려든다 길동무가 쓰러지듯 옆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같은 마음이겠지... 무뎌지기만 하는 일상의 삶에서 잊혀져 있던 순수의 감성이 꿈틀거리는 순간, 가슴으로 부터 뜨거움이 올라온다

계곡의 물소리, 부드러운 기타의 선율, 장작불 타는 소리, 하모니카 소리, 길동무들의 작은 노래소리, 우리들의 작은 산상 음악회 곱고 작은 야생화님의 노래가 또 다시 깊은 마음속을 건들이며 나만의 상념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시간이 흐르며 별들이 조금씩 우리를 찾아 오고 있었다 달빛이 밝아 별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아쉬워 하면서도 야생화님은 별자리를 찾아 설명을 해주셨다

모두 숙소로 들어 간 시간 장작불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몇몇의 길동무들이 우리들의 삶과 사랑을 놓고 이야기가 펼쳐졌다 나의 봄날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둘째날 (2009,05,05) 숲속에서 짧은 숙면, 기분이 상쾌하다 아직 숲은 어둠에 묻혀 있고 잠시 나만의 행복한 시간속으로 여행을 한다 작은 주방은 조리이사로 임명된 Dianmu님의 진두로 아침준비가 시작 되었다 길동무들이 준비한 음식을 확인하며 야생화님이 준비해준 산나물을 씻고 데치고 산속의 물이 차거워 손이 빨개지면 다음사람이 씻고 어제 뜯어온 쑥을 부치고... 일사불란하게 척 척 척... 30명의 식사가 순식간에 차려졌다 가스불에 얹어져 들통에서 뜸을 들인 밥, 주걱을 밥속에 넣는 순간 감탄사, Dianmu님에게 박수를... 밥의 향기가 이렇게 황홀하다니... 수고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끝내고 연가리골 숲길 트래킹에 나섰다

이곳 곰배령은 남설악으로 설악산 국립공원 편입에서 제외된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천연의 숲을 간직 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얼굴을 스치는 신선한 숲향기에 자연스럽게 숨을 깊게 들여 마셔 본다 부드러운 아침햇살에 연둣빛 잎들은 더욱 곱기만하고 낙엽이 부식되어 검은 흙으로 변한길,걷는 발밑에 전해오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천천히 걸으며 아침의 숲과 마주한다

깊은 골짜기인 탓에 봄날은 간다고 아쉬워하던 우리에게 봄의 빛깔을, 꽃들을 이제사 보여 주기 시작한다

조팝나무꽃이 싱싱하게 피어 있고 산벚꽃 잎이 바람에 산들거리며 흩날리고 이름모를꽃이 수줍은듯, 여린 흔들림으로 우리를 반긴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귀륭나무 잎과 하얀꽃이 찬란히 빛나고 갖가지의 나무들과 꽃들이 생명의 빛으로 빛나며 함께 호흡하며 향기를 낸다

손으로 퍼 올려 마시고 싶도록 맑은 계곡물은 찬란한 봄빛을 피워 내는 산의 모습을 더욱 더 아름답게 투영 시키며 머물기도 흐르기도 한다

청아한 새들의 노래 소리,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이 살랑~~, 여린잎을 건드리면 연둣빛 잎새는 까르르 웃으며 흔들리다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물가에 잠시 앉아 발 담그고 앞을 바라보니 바위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나도 웃었다 가슴으로 밀려 드는 벅찬 행복함,

숲길에서의 고요한 명상에 잠겼던 나는, 자연의 무안한 베품에 감사함을 새삼 느끼며 우주를 존재하게 만든 신께 감사 드리고 이 행복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길동무들과의 시간에 감사한다 그 바위는 여전히 우리를 보고 웃고 있다

작은 들풀 하나에도 작은 돌 하나에도 의미가 부여 되어 있음을 느끼며 소중하게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천연의 생태를 간직한 깊은 숲이라 그럴까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그대로 쌓여 흡사 가을산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심재님 어찌나 좋아 하시던지 푹 푹 빠지는 낙엽속에서 소년 같은 미소를 짓는다

작아서 예쁜 폭포와 큰 바위를 힘 있게 쓸며 내려 오던 시원한 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 선두 그룹과 만났다 행복한 모습들, 생기있는 미소들 연가리 숲은 이렇게 우리에게 행복함을 주고 있었다

물가에 다시 앉아 숲의 향기를 즐기는 회원들, 숲이 호흡하는 생명의 소리를 느끼며 명상속으로 들어 갔다 인간에게 베푸는 자연의 무안한 사랑에 우리들의 행복이 그곳에 있었다

봄빛에 젖어드는 곰배령 숲길을 만났던 여행, 회색빛 건물과 길, 흙을 밟지 못하고 지내는 우리들에게 자연의 숲은 메마른 정서를 순화시키고 순수한 감성을 다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날들이었다 연가리 계곡에서 내려와 야외에서 차려졌던 점심부페 홍당무님이 협찬 하신 삼겹살구이와 수고해 주신 길동무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봄 햇살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새처럼 아름다웠던 길동무들 들꽃처럼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여행지기들 숲속의 향기처럼 고운 감성을 갖고 있는 길벗들 바람처럼 흐르고 싶어하는 무심재님 함께 하는 시간들이 행복하고 우리들의 인연에 감사를 드립니다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피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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