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조용한ㅁ 2009. 10. 28. 10:33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등잔 앞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가 하늘까지
아픈 지상의 일을 시로 옮겨
새벽 눈동자를 젖게 하는가

너무나 무거운 허공
산과 산이 눈뜨는 밤
핏물처럼 젖물처럼
내 육신을 적시며 뿌려지는
별의 무리

죽음의 눈동자보다 골짜기 깊다.

한 강물이 내려눕고
흔들리는 등잔 뒤에
빈 산이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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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의 노래 2 / 이성선




나의 그릇에 별이
내린다.

이 밤 나의 몸이 무한한
어디에 닿아 있다고
당신의 입은 웃는가.

불이 켜진 둘레로 흔들리는 바다
누가 와서 꽃향기처럼
나의 목숨을 만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의 시여, 지금 보는가.
떨리는 어느 분의 손이
내 영혼의 빈 잔에
술을 부어주고 다시 부어준다.

다 돌아가도
그분만은 남아
맑은 내 이마를 밟고
내 안에 조용히
얼굴 비치고 있다.



 


 

 

 

 

 

가을 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식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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