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가을이면 생각나는 일 이 생진

조용한ㅁ 2009. 11. 21. 01:35

 

 

가을이면 생각나는 일 

생각은 자유니까 마음대로 하는 것인데
만일 지금 60년을 돌려줄 테니 돌아가겠느냐 한다면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
그렇게 쓸쓸했던 가을
소박한 차림에 소탈한 눈으로
산언덕에서 기다란 미루나무 잎이
하늘로 가려다 지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어린 맘에도
그처럼 아득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간담
남들은 어려서의 걱정을 부모가 했는데
나는 내 걱정을 내가 하던 시절
그것이 지금은 다 살아서 없어지고
마지막 잎새처럼 남았구나
60년을 돌려줄 테니 다시 돌아가겠느냐 한다면
그럴 생각이 없다고 거절하겠다
고생이 되어서가 아니라
빼앗긴 것이 하도 많아 다시는 돌아가기 싫다
돌아간다 해도 다시 빼앗길 걸
이대로 가겠다
황금을 준대도
이대로 가겠다

 (2005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