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스크랩] 병상일기(病床日記) / 이해인

조용한ㅁ 2010. 1. 19. 22:21

 

 
 
 
 
 

병상일기 2

 

아플 땐 아프다고

신음도 하고

슬프면 눈물도 많이

흘리는 게 좋다고

벗들이 나에게 말해주지만

진정 소리 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는 나의 아픔과 슬픔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

그들은 내게 딱 부러지게

대답은 안했지만

침묵을 좋아하는 눈빛이기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지

끝내 참기로 했지

 

 

 

                                                                                                            

 

병상일기 3

 

사람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

맛있다고 감탄하며

나누어 먹는 음식들

그들에겐 당연한데

나에겐 딴 세상 일 같네

 

누구누구를 만나고

어디어디를 가고

무엇무엇을 해야지

열심히  계획표를 짜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네 . .

아프고 나서

문득 낯설어진 세상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고

마음을 넓히는 일이

사랑의 임무임을

다시 배우네

 

 
김점선님 畵
 
 

김점선에게

 

오늘은 나도

이상하게 기운이 없는데

'힘내!' 라고

말해줄래요?

언제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대가 좋아하는

맨드라미 꽃 열심히 그리며

기쁘게 지내세요

심심해 하지 말고 -

"미치겠다!" 라고 말해서

나에게 야단맞은 것

늘 재미있어 했지요?

 

 
 
 

희망은 깨어 있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가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 암투병생활 2년여 만에 집필한 시 100편을 모아

<희망은 깨어 있네>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

그는 "고통의 학교에서 새롭게 수련을 받은 학생"이라고 자처한다.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동요를 극복하고 세상과 사물, 인간을

좀 더 넓고 여유있게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 .

 

시인이 말하는 희망이란 

먼 미래에 있지도 않고,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길을 걷고 ,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도하는 바로 <이곳 현재>에 있다고 . .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다시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고 한다.

 

 

- 新刊 [희망은 깨어 있네] 中에서 발췌 / 畵: 김점선

 

 
 

 

출처 : 양재클럽(Y-Club)
글쓴이 : choicl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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