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마치고 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 첫 장에 적힌 짧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문태준 시인이 천양희 시인의 시 <뒤편>에 붙인 단상이었습니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뒤편을 감싸 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뒤편에 슬픈 것이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마치 비 오기 전 마당을 쓸 듯 그의 뒤로 돌아가 뒷마당을 정갈하게 쓸어 주는 일이다.”
뒤편
천양희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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