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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종교의 갈등

▲ 에곤 실레‘추기경과 수녀, The Cardinal and Nun3, 캔버스에 유채, 70x80㎝, 1912



예술과 종교의 갈등


예술이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었을 경우 왕왕 종교계와 다툼이 일어나곤 한다.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신성모독에 외설이라며 비난을 퍼붓는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에 대한 종교적인 논란은 수없이 많았다. 최근에도 소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 빈치 코드’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헤쳤다는 이유로 영화를 보지 말자는 운동까지 벌어졌다. 또 영화 ‘시네마 천국’에는 영화에 키스신이 나오면 종을 쳐서 필름을 가위질하라고 명령하는 신부가 등장한다. 상당히 코믹하게 그려져 있지만 예술의 종교적 검열 문제를 나타낸 장면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성스러운’ 방식이 아니라면, 종교를 둘러싼 어떤 표현도 ‘이단’이 되는가? 과연 이렇게 종교가 문화예술 분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가 있을까?


예술과 종교의 분리 자체가 근대, 현대미술의 시작


과거 서양미술에서는 전통적으로 종교미술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특히 기독교 문화권에서의 종교미술은 중세와 르네상스시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근대이전까지 성경과 신화의 이야기는 도덕적인 교훈을 주는 다채로운 주제들로 광범위하게 제작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서양미술은 과거 기독교적인 형상과 주제를 많이 다루지는 않는다. 이것은 약 300년 전부터 종교적인 신념이 과학과 이성의 발달로 차츰 약화되었기 때문에 야기된 현상이다. 교회의 타락과 쇠퇴, 서구 철학사상의 세속화, 과학의 발전과 유물론의 등장, 여러 종파로의 분리 등으로 화가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그리스도의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근대 이후 서양의 화가들은 기존의 종교와는 다른 체험을 작품 속에 반영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오랜 시간 서양미술 대부분을 차지했던 기독교적인 도상과 표현을 개인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는 전위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하였다. 때로는 과격한 표현방식을 택해 전통적인 가치관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여 대중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금기시하던 소재를 그림으로 표현하다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의‘추기경과 수녀’는 가히 도전적이다. 성적으로 외설스러울 만큼의 누드화로 유명한 에곤 실레가 그린 이 그림도 역시 도발적이다. 자신과 자신의 애인을 모델로 남녀의 애정을 소재로 한 그림인데 에곤 실레는 추기경과 수녀라는 자극적인 표현 소재를 택했다. 에곤 실레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주로 관심을 끌었지만 워낙 특이한 성향 때문에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의 미술학교 선생이 그에게 ‘악마가 너를 내 수업에 들여보냈구나. 어디 가서 내가 너의 선생이라 말하지 말라’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에곤 실레는 당시 표현주의적이고 장식적인 화풍으로 인기가 있었고 당시 오스트리아 화단을 이끌고 있었던 선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인정을 받으며 그의 제자로 받아들여졌다.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젊은 천재화가 에곤 실레는 초기에는 스승인 클림트의 그림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곧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 갔다.


젊은 날 그린 어린 소녀의 누드화 때문에 ‘청소년을 유혹하는 포르노물을 제작하였다’는 죄목으로 실제로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던 스캔들 메이커 에곤 실레가 인간의 성적 욕망을 뒤로 한 채 신에게 봉사하고자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가는 ‘추기경과 수녀’를 연인으로 묘사한 데는 다분히 보는 이에게 의도적으로 충격을 줄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의 이런 도발적이고 위험한 시도는 이후 현대미술과 광고계에서는 더 대담해진다.

 

Schiele Nudebout 


이른바 ‘비주얼 스캔들의 대명사’로 불리는 파격적인 베네통사의 의류 광고가 에곤 실레의 작품 ‘추기경과 수녀’의 뒤를 잇는다. 파격적인 광고로 베네통의 성공적인 마케팅전략을 이끌어 냈던 광고 디자이너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의 작품 중 하나가 신부와 수녀의 키스 장면이다. 에곤 실레의 뒤를 잇는 수녀와 신부의 입맞춤을 담은 이 광고사진은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의 부름을 받고 신에게 봉사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는 성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던 신부와 수녀가 일반 남녀처럼 키스를 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이 사진은 가톨릭계의 원성을 샀다.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경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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