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한이나의 시 가시 외...

조용한ㅁ 2010. 3. 20. 23:59

가시 / 한이나

 

  독으로 약이 올라 한숨이 화가 되고 한이 되어 몸이 주저 앉는 깊은 병이 들거들랑 생가시 나뭇가지를 가마큰솥에 오래오래 삶아 보라 아들 먼저 앞세운 스물 셋 청상 어머니의 한숨이 깊고 푸르다 누구든 그런 고질병엔 엄나무 강한 가시가 약인즉 그대여 중류된 맑은 물 같은 소주를 한 컵씩 물 마시듯 매일 마셔 보게나 세상의 가시에 찔려 죽을 만큼 아플 때는 가시나무의 가시가 약발 기가 막히게 먹혀 그대 곪은 상처 요기조기 찔러 터트려 주는 명약일진대!

 

시집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2007년 문학세계사

 

 

대는 속이 비어서 제 속에/바람을 지니고 산다/왕죽이 울창하게 들어앉은/단속사 대밭/시퍼렇게 멍든 몸으로/곧게 생을 떠받치고 서 있는 힘/속내를 앓다가 다 비운 자리에/그만큼의 소슬한 바람으로 채운다/있고 없음이 하나다/내가 바로 너다/내 몸 안으로 대 끝에 걸려 있던 해가/쑤욱! 들어온다//열 달 후 대꽃이 일제히 필 때를 기다린다  (한이나의 ‘대꽃’ 전문, 시집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문학세계사).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잎 :: 이용범 시 :: 유종화 곡:: 허설 노래   (0) 2010.03.21
세월 / 김재진  (0) 2010.03.21
피카소/김언  (0) 2010.03.19
The lake isle of Innisfree  (0) 2010.03.18
침묵의 세계 /막스 피가르   (0) 201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