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이름을 지운다/허형만

조용한ㅁ 2010. 6. 25. 09:34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 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오랑캐 꽃 곁에서/자라 키르쉬   (0) 2010.06.28
장석남 시 모음  (0) 2010.06.28
10월 / 오세영  (0) 2010.06.23
내리는 눈발 속에서 서정주  (0) 2010.06.23
꽃 지는 저녁/ 정호승  (0) 201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