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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스크랩] 외형에서 내면으로,묘사에서 인식으로...

 

                                                                             <누군가 그리운 날엔../53x41Cm/2009/소순희작>

                                    

                                                                                     외형에서 내면으로 ,묘사에서 인식으로...

                                                                                             글.홍경한 미술평론가

구상미술은 특정 소재를 통해 기술적인 완성도와 세련미를 높임은 물론 작가의 이미지를 선명히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 구상주의에 입각한 작품을 하는 작가들에게 그 소재란 언제나 까다롭기만 한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수없이 많은 작가들이 기나긴 역사를 통해 완성도 높은 외형의 복제를 일궈왔으며 어떤 심리적 매개로서의 역할 또한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구상미술의 상실된 존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 대상의 고루한 반복과 습속이 커다란 범주에서 고착되어 있슴이 사실이지만 구상미술은 여전히 자신의 시각과 정서를 담는 적절한 매제로 구상을 선택하곤하며 그것을 습득하려는 후학들도 적지않다. 물론 시대성을 담은 그릇으로도 구상미술은 의연하다.특히 정서를 순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표현하고, 작가의미적 경험에서 우러나는 상상의 인식 상태가 조형 언어의 정서적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개념미술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시대에도 구상은 그 나름의 가치가 존중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허면, 일견 진부하다 평가되는 구상이 오랜시간 구동할 수 있었고 ,그 의의를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단지 외형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는 내면으로의 이행,표현의긍극에서 이탈한 인식으로의 전환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작가 소순희의 작업 역시 같은 등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Nude/45.5X38Cm/소순희작>

               

                                                                  <작업/72.7X53Cm/2009/소순희작>

 

 

                                  <대지-그, 눈/72.7X53Cm/2009/소순희작>

 

   작가 소순희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으로 누구보다 사생을 즐겨온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풍경을 그린 그의 작품들은 산천을 거닐며 느낀 자연에 대한 심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으며 정물을 담아낸 그림속에는 물체의속성마져 탐미하려는 자세가 녹아 있다. 그의 풍경에는 장황한 서사 대신 눈과 정신으로 받아들인 소박함이 배어 있다. 여기에 평온한 마을 ,마을 귀퉁이를 감싸고 도는 구름과 대지의 시각적 청명함이 깃들어 있으며 안정적인 구도아래 놓이곤 하는 인물들은 대상의 마음을 옮기려는 작가 자신의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나아가 그의 자연은, 그의 풍경은 단순한 풍경이나 자연이 아닌 내적 여운, 그 울림을 포박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례로 오래전 부터 주 소재로 다뤄온 <풍경>연작과 <정물>연작들은 작가의 화업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주제랄 수 있다. 그는 이들 시리즈를 통해 늘 새롭게 변모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화면에 스며들게 했으며 다량의 작업량을 기반으로 아무리 해도 완성이란 없는 예술의 세계를 탐구해왔다. 그리고 그 양식적 깊이는 근작에 와서 원숙미와 더불어 한결 더 집약적이고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근래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내면적 희구의 투영. 또한 가시적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미적의식을 고스란히 내적 감흥의 세계로 전이시키려는 노력이 투영 되어 있다. 이는 대체로 강하게 인상 받은 이미지들. 일반적으론 소소할 수 있으나 작가에겐 남다른 미감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과거의 기억과 혼재시킴으로써 미적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드러난다. 그런 까닭으로 그의 그림에는 농가의 풍경과 길섶에 놓인 자연물들의 외형의 재현을 넘어 우리들이 진정 다가서야할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이에 관자들은 일상에서 주로 인식되어 오는 것들에 따른 편안한 심상을 체험하며 읽기에 앞선 느낌으로 작가와 마찬가지로 관람자들도 동일한 감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곤 한다.

 

                                                                      <산 아래 삶-동강 /116.7X80.3Cm/2008/소순희작>

 

                                                                                    <여량의 아침/33.3x24.2Cm/소순희작>

필자의 눈에 그의 그림들은 살아 있는 계절이, 시간을 넘나드는 생동감 등이 꿈틀거린다. 작가는 이러한 각자의 사물이 내뿜는 시선과 정기를 하나로 묶어 표현한다. <늪> <우면산 기슭의 6월> <어느 정원에서> <유정리의 봄> 등 그의 손길을 타고 보듬어진 풍경들은 정적이지만 순환하는 미감이 있으며 만지면 매끈한 촉감이 느껴질 것만 같은 감(感)의 정물들은 소순희 특유의 면밀한 시각과 감각을 채득하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개척된 거리 풍경과 정물들은 은은한 색조와 질감 아래 사색을 심어주고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처럼 다가와 감성을 자극하는 마당으로 남곤 한다. 그러한 감은 실내정물을 떠나 어느 한적한 넓은 면과 발색의 아름다운 조화로 꾸며진 인물에서도 꾸밈없이 지속된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예컨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농경의 정경이나 항만의 한적함, 사계의 정서등은 시간의 간극을 따르지 않는다. 이중 그가 즐겨 그리는 풍경은 마치 아주 어릴 적 작성했던 일기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고향의 유년을 일깨우며 다양한 색채와 형상에서의 풍부한 애정은 흡사 어제의 모습을 홀로그램처럼 재생산토록 유도한다. 특히 인적없는 사색의 대지와 호수 바다는 그의 예술적 열정과 애정, 명상의 숨결을 십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대리된 공간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잉여의 여백마저 제공한다.

 어쨌든 오늘날 소순희의 작업들은 소재의 정확한 이해와 구체적인 묘사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그림들이다. 실존주의적 개념과 빈틈없는 실경을 통해 그림을 또 하나의 생활역사로 해석하려는 의식 없이는 발현되지 못하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업에서 체감되는 형식은 우리나라 구상 미술이 가지는 가치, 즉 일반대중을 계도하거나 미술인구의 저변 확대라는 커다란 목적이 어느 부분 이입되어 있지만 미적 가치의 공유와 보편성을 넘어서는 성숙한 관념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수긍하게 한다.

 장황함을 함축으로, 외견을 내면으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의미로 전환시키는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가 단지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나 색감, 묘사된 이미지들이란 어쩌면 매우 무의미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도 언급했든 그것은 외형에서 내면으로, 묘사에서 인식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작가 스스로의 노력과 마음의 질서를 다잡고 내재적 운율을 따르려는 심적 전환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0/미술과비평/평론가 홍경한

 

 

 

출처 : 시와 그림과 그리고 이야기
글쓴이 : 소순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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