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화

김용택의 시

조용한ㅁ 2012. 11. 27. 01:22

 

 

 

 

 

 

살아온 날들이 

 

 

 지나갑니다

 

아! 산다는 것 사는 일이 참 꿈만 같지요

 

살아오는 동안 당신은 늘 내 편이었습니다

 

내가 내 편이 아닐 때에도 당신은 내 편이었지요

 

어디에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는데

 

이제, 어디에서 기다려도 그대가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김용택 /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꽃이 필 때까지 꽃이 한 송이도 남김없이 다 필 때까지

 

꽃이 질 때까지 꽃이 한 송이도 남김없이 다 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꽃잎이 날아갑니다

 

그대 생각으로 세월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그 세월 속을 날아가던 꽃잎들이

 

그대에게 닿았다는 소식 여태 듣지 못했습니다

 

 

 

김용택 / 그대생각(2)

 

 

 

 

 

 

 

 

 

 

 

 

내 안에 이렇게 눈이 부시게 고운 꽃이 있다는 것을

 

나도 몰랐습니다 몰랐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이에요 당신에게 나는

 

이 세상 처음으로 한송이 꽃입니다

 

 

(김용택 / 당신의 꽃)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김용택 / 연애 1)

 

 

 

 

 

 

 

 

 

 

 

그대 없이는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바람이 불고

 

새가 울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그 길고 긴 시간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달이 뜨고 꽃이 피었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그대 없이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김용택 / 그대 없을 때)

 

 

 

 

 

 

 

 

 

 

 

 

저기 저 꽃 피는 것 보니 당신이 오시는 줄 알겠습니다

 

저기 저 꽃 지는 것 보니 당신이 가시는 줄 알겠습니다

 

한 세월 꽃을 보며 즐거웠던 날들 당신이 가고 오지 않아도

 

이제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줄 알겠습니다

 

 

(김용택 / 세월이 갔습니다)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김용택 / 꽃 한 송이)

 

 

 

 

 

 

 

 

 

 

 

 

이 세상에 당신이 있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당신에게 나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 아무리 돌아서도 당신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당신이 아무리 돌아서도 나는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김용택 / 당신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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