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지/게시물

이 한해의 저물녘에 ....

조용한ㅁ 2013. 12. 13. 23:08

 

새벽 5시.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전철역까지 걸어오는 10분만에 제법 쌓일만큼 되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야행성이 무심재 여행에 따라나서는 날만은 예외지요.

그날따라 밤늦도록 술을 마신 후 들어와 정신모르고 자는 남편을 깨울 수 없어 걸어나왔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 싶었어요.

잠결에 일어나 운전하다가 눈길에 미끌어지기라도 하면 어쩝니까?

 5시27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눈오는 새벽경치를 찍어봤습니다.

1호선 전철로 한정거장 후, 천안.아산 역에서 내려 대전에서 올라오는 ktx를 타면, 6시48분 서울역 도착입니다.

다시 4호선 전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바꿔타면, 늦지않게 압구정역에 닿습니다.

늘 하는 생각입니다만, 참, 저 좋아하는 짓이니 이러지, 돈 벌기 위해서라면, 벌써 이혼했을겁니다. ㅋㅋㅋ

 

 

 

현대백화점 주차장에서 길위에 서서님 후임으로 오신 동성관광의 새 기사님(이름은 벌써 까먹었어요^^)과 인사 후 눈세상을 향해 달렸습니다.

 

만항잽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얼마만에 걷는지...아마도

선자령 눈길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구급차에 실려 와 척추에 뭔 이물질을 넣고 난 뒤, 10년은 족히 흘렀슴직합니다.

하여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못말리는 역마살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방콕" 신세가 되곤 했었는데, 아마도,

다 저문 60대, 70고개 앞에서니 그나마 조심스럽던 마음 자리에 '그래, 이제 몇번이나 더 따라나설 수 있으랴' 하는 연민이 들어섯던가 봅니다.

 

 

 

 

 

 

 

 

 

 

 

 

 

 

 

 

 

 

 

 

 

 

 

 

 

정암삽니다.

눈은 더 펑펑 내렸지요.

만항재에서 너무 오래 헤매었으로 정암사는 잠시, 눈인사하는 정도에서 떠나왔습니다.

새로 오신 기사님이 흠뻑 뒤집어쓴 눈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털어주셨습니다.

 

 

 

 

 

구문소(求門沼)

수억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화석이 남아있는 바위산.

물의 힘이 만든 동굴 그 아래로 황지못으로 부터 흘러온 물이 맑고 푸르렀습니다.

 

 

석탄산(이렇게 부르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아래 고단한  삶이 새겨진 탄광촌 풍경입니다.

사람들은 풍경만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났는데, 우리가, 전혀 고단하지 않은 우리가, 나 아닌 어떤이들의 애환과 만나 그들의 과거속을 걸어보았습니다.

페허의 마을에 있는 성당에 하얗게 서 계신 성모님께, 그들의 안녕을 부탁했습니다.

작은 불편에도 크게 투정했던 저의 철없슴도 용서 해 달라고 졸랐지요.^^.

 

 

 

 

 

 

 

 

 

이제 우리는 철암역에서 기차를 타고 산골짜기 좁다란 협곡을 달려 봉화까지 가는 여정에 들어섭니다. 

투명하게 빛나는 햇살아래  산그림자를 드리운 낙동강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봉화역엔 우리들의 버스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겨울풍경을 내어다며 도란도란 우리들의 정담은 그칠줄 몰랐지요.

 

 

 

 

 

어느새 겨울이 많이 깊어졌습니다.

저 사는 이곳 충청지방은 연일 눈이 내립니다.

우리님들이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고 있습니까?

부디, 많이 춥지마시고 눈꽃보다 더 환한 웃음속의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Ralf Bach의 앨범 / Desire For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