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부터 한번 가자가자 한 바다로의 여행이 후배, 호영의 일정에 맞추다보니 여름을 훌쩍 넘기고
가을의 문턱에서야 나설 수 있었습니다.
9월4일.
순천역에 내리니 민박집 사장님께서 마중 나와 계셨습니다.
정갈하고 아늑한 "와온 한옥민박"집엔, 여행카페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자히르,김경성 시인이 보낸
시집 "와온"과 나호열 시인의 "눈물이 시킨 일"이 향기로운 비누 한 장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낮의 열기가 가실때까지 기다리자며 후배와 그의 친구는 대청마루에 시집을 펴들고 벌렁 눕습니다.
저는 뜰로 내려와 마당가의 꽃이며 나무며, 야생화와 눈을 맞추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가와 잘 익은 무화과를
따 주십니다.
먹고 남은 무화과를 후배들에게 주고 집앞의 석류밭으로 갔어요.
제가 즐겨 그리는 석류를 나무에 달린채 보는건 드문일이었으므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윽고 더위가 한풀 꺾인 시간, 우리 셋은 바다로 나갔습니다.
"와온"
아름다운 바다, 갯벌이라고 듣기만 하고 언제든 그곳에 가서 적막한 저녁노을을 바라보리라 맘 먹었던.
그 바다에 노을이 물들어가고 있었어요.
밤에는.
2층 테라스로 올라가 별들을 보았지요.
사장님은 맥주와 포도를 가지고 와 우리와 오래 이야기 하며, 이집을 짓고 2년을 살았지만, 이렇게 밤늦도록
별을 보는 일은 처음이라며, 새삼 행복해 하셨습니다.
* * *
둘째날은 근처의 "용화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모님이 가르쳐 준 아름다운 들길을 따라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길가엔 배롱나무 밭이 있고 흐드러지게 피고있는
들꽃위로 나비떼가 날았습니다.
용화사는 큰 절은 아니었지만, 깨끗했으며, 친절했습니다.
차와 과일을 마당 들마루에 내어다 놓고 길손인 우리에게 먹으라고 권했어요.
절에서 다시 팬션으로 돌아올때는 바다 가까이 큰길로 내려와서 걸었습니다.
.차를 가져가지 않은 우리는 콜택시를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맛있는 점심식사까지 사 주신 사장님은 우리를 순천만 갈대밭 입구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갈대밭에 처음 온 후배들이 용산전망대까지 갔다오는 사이, 저는 한가로이 갯벌과 갈대밭을 걷기로 했습니다.
저는 두번이나 이곳에 와서 황금빛 S라인도 보았고, 칠면초 깔린 갯벌도 누벼봤으니까요.
여행중에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그 행복은 배가 되지요.
와온여행 첫날의 점심식사, 전어회무침, 간장 꽃게장, 그리고 전어구이.....
이렇게 맛있는 전회회무침은 처음 먹어본다며 정신없이 접시을 비우던 후배나, 간장게장 한마리와 통채로 구운 전어를 두마리나 먹은 저나.
저녁은 아예 먹을 생각조차 못했어요. ㅎㅎㅎ
이건 팬션 사장님이 사 주신 순천에서 가장 맛있다는 보리밥.
수육이랑 전이랑 생선구이들을 먹다보니, 진짜 보리밥은 절반도 못먹었을만큼 푸짐했어요
집으로 돌아와.
후배에게 사진을 E메일로 보내고 제일 멋진 사진을 골라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았습니다.
그림 소재로 쓸 요량으로 사온 석류를 늘어놓고 사진을 찍고, 제 작업실 선반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제 비가 좀 그쳤나요?
아까 내어다본 아파트 정원엔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카페에 가입만 해 놓고 게으름 부리다가 처음 올리느라 제 작업실도 끼워넣었습니다.
저의 대개의 일상이 그림 그리는것이어서요.
사진중 하얀 옷을 입고 혼자찍은 게 접니다.
6학년에서 7학년으로 옮겨가며 앓는 나이병?인것을 웬 우울증인양 호되게 앓고, 이제 후두둑 털고 일어났습니다.
삶의 향기 45정.
다정한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 되시기를....
Ralf Bach-1
01. Autumn Leaves 02. Loving Cello 03. Devotion
04. Erste Begegnung 05. A Festival In The Forest 06. First Yellow Leaf 07. Warm October Sun 08. Autumnwind Over The Country 09. Silver Pastures
10. A Heaven Full Of Violins 11. Rainbow Song 12. Frien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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