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문 밖에 당신이/조임생

조용한ㅁ 2014. 5. 3. 23:28

 

 

 

 

문 밖에 당신이

한순간
가슴 두드리고 지나가는 바람인가 했었네
빗소리인가 했었네
날마다 한자씩 마음의 벽을 쌓고
까치발 높이 마음의 빗장 질러
눈 감고 귀를 막았네

언제 당신 오시어
비바람에 온 몸 젖어 파리한 모습으로
문밖 서 계셨는가
문 두드리다 두드리다 지치면
허전한 등 뒤돌아 떠났을 법도 한데

한 마리 양을 찾아
고개 넘고 내를 건너
오늘은 어느 가시 울타리밭 휘돌아 오셨는가
베어내고 베어내도
한여름 풀숲같은 내 죄의 속성
망연히 바라보는 먼 하늘, 노을이 선혈 뿌리며 다가와
내 가난한 창 물들이기 시작했네

오랫동안
내 영혼의 문 밖에 당신 세워두었네
귀 어둡고 눈 어두워
바람인가 했었네
빗소리인가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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