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수필.기타

자살의 유혹에 침을 뱉어라 / 정 호 승

조용한ㅁ 2014. 8. 20. 12:42

자살의 유혹에 침을 뱉어라 / 정  호 승

한 당나귀가 가난한 농부를 주인으로 섬기며 열심히 농사일을 거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세월은 빨리 흘러 농부도 당나귀도 늙어 일을 하기 힘들게 되었다

농부는 이제 농사를 그만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동안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늙은 당나귀가 걱정 이었다

내다 팔자니 쉽게 사갈 사람이 없을것같고 ,그저 준다해도 선뜻 받아갈 사람이 없을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냥 내쫓으면 이리저리 떠돌다가 굶어 죽거나, 운이 좋아 새 주인을 만난다 해도

늙어서 일을 못한다고 구박이나 받을 게 뻔한 일이었다 

농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농사도 짓지못하는 늙고 병든 몸이 살아서 뭐하겠느냐,아예 당나귀를

매장하고 나도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는 죽기로 결심히고 먼저 당니귀의 무덤을 팠다

우물을 파듯 구덩이를 깊게 판 다음,당나귀를 줄에 매달아 구덩이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려 보내고 

울먹이면서  흙으로 구덩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구덩이 아래에 있던 당니귀는 갑자기 자신의 몸위로 쏟아지는 흙더미를 받으며 생각했다

'주인이 우물을 팠는데 물이 안나오니까 다시 메우려고 흙을 퍼붓는 것이다

나는 그 흙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구덩이 속으로 내려 보내진 것이다 .'

당나귀는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구덩이 속으로 쏟아지는 흙을 발로 다지고 또 다졌다 

농부는 당나귀가 그렇게 생각하는줄도 모르고 자꾸 울먹이며 구덩이에 흙을 퍼부었다

 

다음날, 농부는 찬란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지상으로 올라와 이빨을 드러내고

크게 웃는 당나귀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흙더미에 파묻혀 죽은 줄 알았던 당나귀가 멀쩡하게 살아 있었던 것이다

농부는 오랫동안 곰곰 생각해 보았다

아직 죽을때가 아니라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때라고, 당나귀가 내게 힘과 희망을 주었다고,

농부는 죽는 날까지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밭에 나가 일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동화 한 편을 먼저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 동화를 읽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이 동화 속의 당나귀처럼 절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당나귀가 구덩이 속으로 쏟아지는 흙을 자신을 파묻기 위한 흙으로 생각했다면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절망과 죽음의 흙을  희망과 생명의 흙으로 바꾸어 생각함으로써 결국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만일 당나귀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나귀도 물론 농부도 죽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살을 통해서 말입니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 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자살사회'입니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연예인 대학총장 시장 도지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살하는 사회 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질병입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정적인 사건이 터졌다하면 곧이어 관계자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전해집니다

사건발생과 자살이 걸핏하면 하나의 연결고리를 이룹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듯 먹먹해 집니다

그것은 그들의 자살을 통해 내 생명의 무게나 가치조차 가볍고 무가치하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삶의 고통을 언론에 이야기 할 때 심사숙고 해야 합니다

"한때는 자살할 생각을 많이 했다  독극물을 주사할까  목을 맬까  약을 먹을까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할때 그 말을 듣는 일반 대중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이 그만큼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은연중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향해 "저런 사람도 자살하려고 했는데..."하는 생각을 바이러스 처럼 널리 

퍼지게 만듭니다

 

가족중에 자살한 이가 있으면 그것은 남은 가족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고통의 짐 입니다

제가 아는분 아버지가 자살한 가족은 명절날 형제끼리 만나도 서로 아버지 이야기는 꺼내지 않습니다

영원히 아물지 않는, 끝끝내 가슴속에 날카로운 돌부리처럼 박혀 있는 그 고통의 상처를

아무도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의 죽음이 자연적인 것이었다면 그들은 항상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했을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와의 이별의 고통은 사랑과 그리움으로 승화되었을  것입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한강에 투신하는 이가 이틀에 한명꼴이고 하루 평균 43명이 자살한다고 합니다

언젠가 한강에 투신 했다가 구조대원의 도움으로 살아난 이가 자신의 자살 경험을 적은 노트를

한강대교 난간에 매달아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꼭 읽어 주세요'라고 쓰인 그 노트엔

'차가운 물속에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받는 고통의 시간이 살아서 고통 받는 시간보다 수천배 수만배

더 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은 희망을 잃을 때 자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바로 희망을 잃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실은 죄악 입니다

절망이라는 죄는 신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생의 성공 중에서 자살에 성공한 것만큼 부끄러운 성공은 없습니다

자살이야말로 인간으로서 가장 부끄러운 행위 입니다

자살 행위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가  하는 것은 자살기도가 미수에 그친 사람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심한 자괴감에서 한동안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타인을 죽여야만 살인이 아니라 자신을 죽여도 살인 입니다

자살은 자신에 대한 가장 가혹한 범죄행위이며 ,자살자는 자기를 죽인 범죄자 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려움을 겪지않고 인생을 마치는 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려울때마다 자살을 생각하고 ,또 자살한다면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오늘도 지하철역에서 한 할머니가 떡바구니를 앞에 놓고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데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지하철을 오가며 하모니카를 불거나 육성으로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시각장애인들을

보십시오 .  이 얼마나 숭고한 생존의 풍경 입니까

 

자살할 이유보다 살아갈 이유가 더 많은게 인생 입니다

죽기에 좋은 날이 있으면 살기에도 좋은 날이 있는게 인생입니다

아무리 자살하고 싶어도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큰 수술을  여덟번이나 받은 여인이 있었다

자궁암을 비롯해 위암 대장암 등 암이 전이 될때마다 위험한 수술을 되풀이해서 받았지만

비교적 건강해 의사들 조차 놀라워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항상 누워서 지내는 정신지체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무살이 되어도 지능은 서너살 짜리 밖에 안돼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지만

그녀에겐 참으로 소중한 아들이었다

수술한 몸이 너무 아파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자살도 결심했으나

'이 아이를 혼자 두고 죽을 수는 없다  내가 살지 않으면 저 아이 혼자서는살아갈 수가 없다'

는 생각에 자신의 고통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정신지체 아들을 보살피는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이 어머니 자신이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무사히 넘기게 한것이다

 

이렇게 인생은 단 한사람을 위해서도 살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식인 경우에는 그 가치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우리가 어떠한 불행 속에서도 살아가야 할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단순 합니다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 누구에게나 존재해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외면하거나 도외시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이룬 업적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그의 환갑 기념 심포지엄에서 어느 기자가

"당신이 이룬 업적 중에서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는 온 몸의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으로 20세에 5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70세가 된 지금가지 살아 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가락 두 개와 얼굴 근육이 일부뿐 인데다

폐렴으로 기관지 제거수술을 받아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그가 쓴 책 <시간의 역사>는

4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천만부 이상 팔렸습니다

현대 우주 물리학의 중심개념인 빅뱅이론이나 블랙홀개념 등이 그로 인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이룬 물리학적업적을 제쳐두고 난치의 병고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최고의 업적으로 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주보다 도 귀하고 신비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살을 하면 어려움에 처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안이한

이기적인 생각 입니다

죽어서 해결될 문제는 살아서도 해결됩니다

 

유혹 없는 삶은 없습니다  

우리는 유혹의 강 한가운데에 배를 띄워놓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가 악마의 유혹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혹 받을 수 있고, 그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수 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그렇지만 자살의 유혹만은 받아서도 안 되고 흔들려서도 안 됩니다

그것은 삶을 완전히 파괴하는 유혹 입니다

저는 그런 유혹에 침을 뱉습니다

 

너무나 죄송스런 가정이지만  만일 법정스님이나 김 수환 추기경께서 자살로 우리곁을 떠나셨다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은 그 얼마나 고통스럽고 허망하겠습니까

혹시 자살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제가 쓴 시

'별들은 울지 않는다'를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자살하지 마라

별들은 울지 않는다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

별들도 가끔 너를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