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서 시를 읽다/ 이 성선
시집을 사들고 산으로 간다
구름 아래로 간다
배낭에 넣고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며 가슴은 뛴다
오솔길에 들어서 발은 시 쓰듯 간다
나뭇잎을 밟고 샘물을 밟고 바람의 말을 밟는다
줄기 하얀 자작나무 아래 시집을 편다
내 눈이 읽기 전에 나무가 먼저 읽게 한다
바위틈에서 나온 다람쥐가 읽게 한다
날아가는 새가 읽고 나서 내가 읽는다
싸리꽃이 읽고 나서 내가 읽는다
그들의 눈빛이 밝고 간 시
그들의 깨끗한 발자국이 남은 시
물 방울이 된 시를
놀빛이 밟고 나서 내가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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