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산에 가서 시를 읽다/ 이 성선

조용한ㅁ 2014. 9. 13. 11:23

산에 가서 시를 읽다/ 이 성선

 

 

시집을 사들고 산으로 간다

구름 아래로 간다

  

배낭에 넣고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며 가슴은 뛴다

  

오솔길에 들어서 발은 시 쓰듯 간다

나뭇잎을 밟고 샘물을 밟고 바람의 말을 밟는다

 

 줄기 하얀 자작나무 아래 시집을 편다

내 눈이 읽기 전에 나무가 먼저 읽게 한다

바위틈에서 나온 다람쥐가 읽게 한다

  

날아가는 새가 읽고 나서 내가 읽는다

싸리꽃이 읽고 나서 내가 읽는다

 

그들의 눈빛이 밝고 간 시

그들의 깨끗한 발자국이 남은 시

물 방울이 된 시를

  

놀빛이 밟고 나서 내가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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