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둔 마음을 책장처럼 펼친다 머리 끝에는 못다 읽은 책 한권이 매달리고 마음은 또 짧은 문장밖에 쓰지 못하네 이렇게 몸이 끌고 가는 시간 뒤로 느슨한 산문인 채 밤이 가고 있네 다음날은 아직 일러 오지 않는 때 내 속 어딘가에 소리없이 활짝 핀 열꽃 같은 말들, 言路들
오! 육체는 슬퍼라. 나는 지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노라던 말라르메의 그 말이, 비가 오고 있 다. 움직이는 悲哀를 알고 있느냐던 김수영의 그 말이, 흠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던 랭보의 그 말이,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소라던 브로드스키의 그 말이,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떻게 알겠느냐던 니체의 그 말이,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던 발레리의 그 말이······
나는 본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내려앉는 말의 꽃이파리들 내 귀는 듣는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말의 발자욱 소리들 나를 끌고 가는 밑줄친 문장들.
Chris Friel
Zbigniew Preisner - Kolęda Warszaw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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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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