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그림/때로는 나도

그 여자네 집

조용한ㅁ 2014. 11. 10. 00:57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그 여자네 집.... 김용택 중에서

 

 

 

Long Ago - Michael Hoppe /Martin Tillmann /Tim Wheater 첼로

 

 

 

 

 

 

 

 

 

 

'나의그림 > 때로는 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 지우기  (0) 2014.11.14
길상사, 성북동성당, 수쟌 앤의 개인전...  (0) 2014.11.13
너 없이 나는....  (0) 2014.11.10
참꼬막  (0) 2014.11.03
인사동 나드리 /예형회 정기전  (0) 201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