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여정/이해인

조용한ㅁ 2015. 9. 6. 14:18

여정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 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하네

세상 여정 마치기 전

꼭 한 번 말하리라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이에게

가만히 손 흔들며 말하리라

많이 울어야 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