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마종기

늙은 비의 노래 / 마종기

조용한ㅁ 2018. 3. 3. 02:40




        늙은 비의 노래 / 마종기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 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 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되어 지나갈 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할 때
        두꺼운 밤은 내 풋잠을 진정시켜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 비가 어깨 두드려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을 설레게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Barbra Streisand

                                                                    '아름다운글 > 마종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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