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구에서 - 마종기
길고 황망한 객지 생활을 떠나
도착한 나라여.
어느새 저녁이 되어버린 나이에
지척이 어두운 장님이 되고
항구에는 해묵은 파도만 쌓여 있구나.
새벽 출항의 뱃머리들은
이제 다, 잘들 있거라.
고통은, 말 많은 사랑 중에서
사랑이 아니었던 것을
씻어버린다고 했지.
씻기고 찢어진 항해의 뒷길.
바람에 휩싸인 가로등 몇 개만
귀환을 기억해주는구나.
고통만이 희미하게 불빛이 되어
얼굴 없는 사랑을 비춰주고 있구나.
* 낚시질 - 마종기
낚시질 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 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 같이 울었다
*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허술하고 짧은 탄식 - 마종기
1
산소 근처의 이슬은
중천의 햇살에도
다 마르지 않았다.
고국같이 높은 하늘이
깨끗하게 가고 있구나.
아마 네가 살고 있는 곳.
너무 맑고 멀어서
가을에는 가슴이 더 시리구나.
2
며칠 전에는 네 묘지 근처에
내가 묻힐 작은 터를 미리 샀다.
가슴 펴고 고국에 묻히고 싶기야
너와 내가 같은 생각이었지만
혹시 나도 그 소원 이룰 수 없다면
차라리 네 근처가 나을 것 같아서,
책을 읽든, 술을 마시든,
아니면 그냥 싱겁게 싱글거리든,
다시 한번 네 가까이에 살고 싶어서.
3
꽃이 져야 열매가 보이듯
네가 가고 난 후에야
네 온기가 느껴지는구나.
네가 가고 난 후에야
네 친구가 보이는구나.
네가 가고 난 후에야
내가 얼마나 네게 기대고 살아왔는지!
4
그래, 길어야 십 년, 이십 년,
얼마나 세월이 빨리 지나가더냐.
그때 만나서 놀기로 하자.
그간에 어쭙잖게 너를 글쓰니까
네 인상이 오히려 흐려지는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
그냥 내 가슴의 중심, 기억의 뜰에서
네 착한 성품과 시달린 혼 쉬게 하겠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게 있어라.
그래, 길어야 십 년, 이십 년,
얼마나 세월이 빨리 지나가더냐.
1
산소 근처의 이슬은
중천의 햇살에도
다 마르지 않았다.
고국같이 높은 하늘이
깨끗하게 가고 있구나.
아마 네가 살고 있는 곳.
너무 맑고 멀어서
가을에는 가슴이 더 시리구나.
2
며칠 전에는 네 묘지 근처에
내가 묻힐 작은 터를 미리 샀다.
가슴 펴고 고국에 묻히고 싶기야
너와 내가 같은 생각이었지만
혹시 나도 그 소원 이룰 수 없다면
차라리 네 근처가 나을 것 같아서,
책을 읽든, 술을 마시든,
아니면 그냥 싱겁게 싱글거리든,
다시 한번 네 가까이에 살고 싶어서.
3
꽃이 져야 열매가 보이듯
네가 가고 난 후에야
네 온기가 느껴지는구나.
네가 가고 난 후에야
네 친구가 보이는구나.
네가 가고 난 후에야
내가 얼마나 네게 기대고 살아왔는지!
4
그래, 길어야 십 년, 이십 년,
얼마나 세월이 빨리 지나가더냐.
그때 만나서 놀기로 하자.
그간에 어쭙잖게 너를 글쓰니까
네 인상이 오히려 흐려지는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
그냥 내 가슴의 중심, 기억의 뜰에서
네 착한 성품과 시달린 혼 쉬게 하겠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게 있어라.
그래, 길어야 십 년, 이십 년,
얼마나 세월이 빨리 지나가더냐.
*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 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
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다. 손이
담길 것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고 있는 맑
은 별들의 숨소리도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
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
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
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
을 보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
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다. 손이
담길 것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고 있는 맑
은 별들의 숨소리도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
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
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
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
을 보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 눈 오는 날의 미사 - 마종기
하늘에 사는 흰 옷 입은 하느님과
그 아들의 순한 입김과
내게는 아직도 느껴지다 말다 하는
하느님의 혼까지 함께 섞여서
겨울 아침 한정 없이 눈이 되어 내린다.
그 눈송이 받아 입술을 적신다.
가장 아름다운 모형의 물이
오래 비어 있던 나를 채운다.
사방을 에워싸는 하느님의 문신,
땅에까지 내려오는 겸손한 무너짐,
눈 내리는 아침은 희고 따뜻하다.
* 박꽃 - 마종기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 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 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 그림 그리기 - 마종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겨울같이 단순해지기로 했다.
창밖의 나무는 잠들고
形象의 눈은
헤매는 자의 뼈 속에 쌓인다.
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빈 들판같이 살기로 했다.
남아 있던 것은 모두 썩어서
목마른 자의 술이 되게 하고
자라지 않는 사랑의 풀을 위해
어둡고 긴 內面의 길을
핥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겨울같이 단순해지기로 했다.
창밖의 나무는 잠들고
形象의 눈은
헤매는 자의 뼈 속에 쌓인다.
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빈 들판같이 살기로 했다.
남아 있던 것은 모두 썩어서
목마른 자의 술이 되게 하고
자라지 않는 사랑의 풀을 위해
어둡고 긴 內面의 길을
핥기 시작했다.
* 축제의 꽃 - 마종기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잠들어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가는 숨소리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물이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함께 적셔주리라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잠들어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가는 숨소리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물이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함께 적셔주리라
* 담쟁이 꽃 - 마종기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들어가느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죄 없는 땅이 어느 천지에 있던가
죽은 목숨이 몸서리치며 털어버린
핏줄의 모든 값이 산불이 되어
내 몸이 어지럽고 따뜻하구나.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
또 몸풀 듯 꽃잎 다 날리고
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
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
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
나와 그대의 숨어 있는 뒷일도
꽃잎 타고 가는 저 생애의 내력이다.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들어가느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죄 없는 땅이 어느 천지에 있던가
죽은 목숨이 몸서리치며 털어버린
핏줄의 모든 값이 산불이 되어
내 몸이 어지럽고 따뜻하구나.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
또 몸풀 듯 꽃잎 다 날리고
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
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
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
나와 그대의 숨어 있는 뒷일도
꽃잎 타고 가는 저 생애의 내력이다.
*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맑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내가 만약 시인이 된다면 - 마종기
내가 한 십년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詩만 읽고 쓴다면
즐겁겠지.
내가 겨울이 긴 산 속 통나무 집에서
장작이나 태우며 노래나 부른다면
즐겁겠지.
(18세기 城主의 食客이 되어
한 세월 광대짓하던 알 만한 중늙은이도
어느날 즐겁게 목이 부러져 죽고.)
당신에게 쌓이고쌓인 모든 발걸음이
이제는 다만 아픔으로 남을지라도
즐겁겠지.
십년쯤 후에는 그 흙이 여물어
내가 만약 질좋은 詩人이 된다면.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맑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내가 만약 시인이 된다면 - 마종기
내가 한 십년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詩만 읽고 쓴다면
즐겁겠지.
내가 겨울이 긴 산 속 통나무 집에서
장작이나 태우며 노래나 부른다면
즐겁겠지.
(18세기 城主의 食客이 되어
한 세월 광대짓하던 알 만한 중늙은이도
어느날 즐겁게 목이 부러져 죽고.)
당신에게 쌓이고쌓인 모든 발걸음이
이제는 다만 아픔으로 남을지라도
즐겁겠지.
십년쯤 후에는 그 흙이 여물어
내가 만약 질좋은 詩人이 된다면.
출처 : 파랑새야
글쓴이 : prs12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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