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조용한ㅁ 2018. 10. 4. 10:12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가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의 새.



정감에 가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조광출판사/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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