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누군가 내 이름 석 자를
일기장에 적으며 마음 아파한 적 있을까
부치지 못 할 편지를 밤새워 쓰다가 찢고
야윈 손가락들을 꼭 쥐고 나면
손톱 자국들이 마음속에 남았을까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잠시라도 어느 순간
잠시라도 내가 웃던 모습을
기억해 줄 사람이 있을까
내 마음을 앗아가고 싶었다고
취한 눈으라도 말해 줄 사람이 있을까
사랑은 가볍게 흩어지고
약속을 걸었던 손가락들은 잊혀진다.
사랑은 마음이 아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시간의 물건이다.
이제 더는 나를 마음에 두지 마라.
나는 네 사람이 아니였으니
너도 내 사람이 아니였구나
우리들은 청춘 속에
자유로이 부유하다
사라지는 바람이였구나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글 / 고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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