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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누군가 내 이름 석 자를 

일기장에 적으며 마음 아파한 적 있을까

 

 

부치지 못 할 편지를 밤새워 쓰다가 찢고

야윈 손가락들을 꼭 쥐고 나면

손톱 자국들이 마음속에 남았을까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잠시라도 어느 순간

잠시라도 내가 웃던 모습을

기억해 줄 사람이 있을까

 

 

내 마음을 앗아가고 싶었다고

취한 눈으라도 말해 줄 사람이 있을까

 

사랑은 가볍게 흩어지고

약속을 걸었던 손가락들은 잊혀진다.

 

 

사랑은 마음이 아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시간의 물건이다.

 

 

이제 더는 나를 마음에 두지 마라.

나는 네 사람이 아니였으니

너도 내 사람이 아니였구나

 

 

우리들은 청춘 속에

자유로이 부유하다 

사라지는 바람이였구나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글  /  고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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