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구절초

조용한ㅁ 2019. 10. 13. 00:21

 

 

구절초 

 

봄부터 내린 비바람에

앙상한 뼈가 다 드러났어도

더 깊은 곳에 不動心 하나 박혔더라.

갈 곳 없이 떠돌았던 어느 산야의 모퉁이에도

목마른 나그네의 보금자리는 없었나니.

선녀의 전설 따라 안타깝게 머물렀던 그 호수가는

뜨겁게 목말라서

하늘도 담았고 하늘 끝 우주도 제 안에 모두 담았구나.

꽆 피고 잎 피는 세월의 그리움은

온 천지 벌겋게 타들어 가는 무심한 뒤안길에 묻었구나.

처음 박힌 화살은

굳게 박혀도 통증의 사리인 냥 호수는 늘 침묵이었지.

광야는 넓어 목마른 구속

애틋한 운명의 나침판만 서럽게 울었나니.

영원한 약속을 감히 말하지 못했어도

가장 사랑했던 마음,

님은 먼 곳이기에 향기만이 그윽해서

제 부동심만 애처롭게 핀 구절초였던가.

 

 

                          이상덕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의/구상  (0) 2019.10.21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0) 2019.10.17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0) 2019.09.17
This, too, shall pass away.  (0) 2019.07.08
그렇게 살라한다/도종환  (0) 201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