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봄부터 내린 비바람에
앙상한 뼈가 다 드러났어도
더 깊은 곳에 不動心 하나 박혔더라.
갈 곳 없이 떠돌았던 어느 산야의 모퉁이에도
목마른 나그네의 보금자리는 없었나니.
선녀의 전설 따라 안타깝게 머물렀던 그 호수가는
뜨겁게 목말라서
하늘도 담았고 하늘 끝 우주도 제 안에 모두 담았구나.
꽆 피고 잎 피는 세월의 그리움은
온 천지 벌겋게 타들어 가는 무심한 뒤안길에 묻었구나.
처음 박힌 화살은
굳게 박혀도 통증의 사리인 냥 호수는 늘 침묵이었지.
광야는 넓어 목마른 구속
애틋한 운명의 나침판만 서럽게 울었나니.
영원한 약속을 감히 말하지 못했어도
가장 사랑했던 마음,
님은 먼 곳이기에 향기만이 그윽해서
제 부동심만 애처롭게 핀 구절초였던가.
이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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