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詩 김재진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 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 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배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아름다운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을까 (0) | 2019.10.17 |
---|---|
구절초 (0) | 2019.10.13 |
This, too, shall pass away. (0) | 2019.07.08 |
그렇게 살라한다/도종환 (0) | 2019.04.07 |
혼자 사랑/도종환 詩 (0) | 201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