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선가 꿈속에선가 / 릴케 Promenade de Fiancees sous les Pommiers Henri Martin - No dates listed Private collection Painting - oil on canvas 봄날에선가 꿈속에선가 / 릴케 어느 봄날에선가 꿈 속에선가 나 언제였던가 너를 만난 것이 지금 이 가을날을 우리는 함께 걷고 있다. 그리고 너는 내 손을 쥐고 흐느끼고 있다. 흘러가는 구름 때문에 .. 아름다운글/시 2016.12.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그렇게 넓은 우주공간에 그리도 많은 생물 가운데에서 그리도 흔한 사람들 틈에 너는 여자 나는 남자로 태어나 까닭모를 전쟁을 몇 번씩 치르고도 살아서 사랑한다는 사실 긴 역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우리들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재산 .. 아름다운글/시 2016.12.29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박노해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박노해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 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번은 다 바치고 .. 아름다운글/시 2016.12.27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대와 나도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 아름다운글/시 2016.12.27
간격...이정하 간격...이정하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동의하는 일입니다. 내가 가져야 할 것과 내가 가져선 안 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안타까운 것. 가져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자꾸만 마음이 기웃거려지는, 꼭 그.. 아름다운글/시 2016.12.27
잘 죽은 나무 / 마경덕 잘 죽은 나무 / 마경덕 나무의 소원은 잘 죽는 것 천수를 누리고 고사목이 되느니 잘 죽어 다시 태어나는 것 부활은 모든 나무의 꿈이다. 다발다발 책으로 묶인 뒷산의 산닥나무 고집 센 산딸나무 도마는 온 몸에 칼자국이다 비염을 앓던 오동나무 주유소 오동나무는 소원대로 거문고가 .. 아름다운글/시 2016.12.23
양현근 11월에 부치는 편지 오늘처럼 잎 너른 플라타너스가 분분히 지는 밤이면 상기된 마음을 꼭꼭 눌러담아 발신인 없는 편지라도 부치리라. 울퉁불퉁한 욕망들이 솟아나는 길목에서 겹도록 바스락거리고 싶어 눈두덩이 부터 젖어오는 노래 한 소절을 꺼내 외로움에 찔려 넘어질 때마다 푸른 잎맥들을 흔들어 깨.. 아름다운글/시 2016.12.08
소설(小雪)을 지나다 [홍정순] 소설(小雪)을 지나다 외 4편 홍정순 은행 잎 지고 겨울비 오는 날 일 피해 사람 피해 찾은 시골집 첫서리 오고, 김장하고 마늘 심은 후 서리태 타작한, 이맘 때 바깥 풍경은 나만큼 촌스럽다 누워서도 보기엔 감나무가 최고다 들창에 세 든지 오래된 모습이라 그렇고, 가지가지 종잘종잘, .. 아름다운글/시 2016.11.27
편지 / 헤르만 헤세 편지 /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옵니다 보리수나무 거칠게 출렁대며 나뭇가지 사이로 달님이 내 방 속을 엿보고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랑하는 연인에게 긴 편지를 썼습니다 달님이 편지 위를 비쳐 줍니다 부드럽고 고요한 달빛이 글자 위를 스쳐갈 때 내 마음 너무 슬퍼.. 아름다운글/시 2016.11.24
흔들림, 그 아름다운 일탈1 흔들림, 그 아름다운 일탈1 慧林 장기연 그런 날이 있다. 돌아갈 자리 없는 그리움 하나 비워둔 배낭에 담고 문득 떠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고 머물지 않는 일탈을 꿈꾸며... 그를 보낸 이후 애써 떨쳐버린 흔들림 그 여린 몸짓마저도 애틋함으로 다가오는 날 기다.. 아름다운글/시 2016.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