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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인연서설/문병란

 

 


 

 

꽃이 사람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 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드는 바닷가의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