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1
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 발들 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 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 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 가락을 세워 구멍을 냅니다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 기억의 집
장대바람에 허물어 집니다
하지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 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쓴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그래 닳고 닳은 싸리비를 들고
험한 마당 시원하게 쓸어 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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