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茶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정채봉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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