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정 채봉

조용한ㅁ 2008. 3. 22. 10:24

 


            쫓기듯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茶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정채봉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中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 / 피천득  (0) 2008.03.23
어쩌자고/ 최영미  (0) 2008.03.23
씨감자/이 원수  (0) 2008.03.21
[스크랩] 퇴계이황의 梅花詩 두편  (0) 2008.03.20
낙화 / 이형기  (0) 200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