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안도현

양철지붕에 대하여

조용한ㅁ 2008. 3. 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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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지붕에 대하여/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 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 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안도현詩 '양철 지붕에 대하여' 

 

 

이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해?

나는

뭘 먹다가 채 넘기지 못하고 목에 걸렸을 때, 그 때 같아.

물을 먹어 보지만, 별 소용 없고, 주먹으로 가슴을 쳐 봐도 시원하지 않을 때.

그땐 어떻하겠어? 그냥 먹기를 중단하고 옆으로 누워야 할것 같지않아?

 

그렇게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가만히 어깨를 쓸어주며

"그래, 그래..."그래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난 막 울면서 무너질것 같아.

난 이 시를 보면서 그러고 싶었어. 그리고...지금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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