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고정희

오월 어느 하루

조용한ㅁ 2008. 5. 8. 21:46
고정희


아침 저녁 오고 가는 경기도 야산에
당신이 아카시아 꽃으로
흔들리고 있는 날은 고마워라

삼라만상 푸르름이
그대에게로 가는 지도가 되고
벼포기 우거진 들녘에서
당신이 푸르게 손 흔들고 있는
날은 즐거워라

떠가는 흰구름이
그대에게로 가는 나침판이 되고
관악산 능선에 당신이 아득하게
굽이치고 있는 날은 반가워라

먼 데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대에게로 가는 이정표가 되고
미루나무 꼭대기에 당신이 펄펄
휘날리고 있는 날은 그리워라

풀섶 은방울꽃이
그대에게로 가는 차표가 되니
찬란하다면 찬란하고
도도하다면 도도한 오월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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